#1 겨울, 스며드는 감정의 온기
시리도록 푸른빛을 띠는 흰 얼음벽을 보고 있자니, 눈의 여왕이 찾아오면 창문에 얼음꽃이 핀다던 안데르센의 동화가 생각난다. 이제는 아마도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겨울 왕국'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여전히 난 안데르센의 동화『눈의 여왕』이 먼저 떠오른다. 성인이 되어 우연히 다시 보게 된 그림책에는 눈의 여왕이 사는 나라가 삽화로 그려져 있었다. 청송 얼음골의 빙벽을 보는 순간, 그 삽화가 떠오르며 마치 내가 한 편의 동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이다.
한번 더 입을 맞추면 넌 죽을지도 몰라(안데르센 / 눈의 여왕). 차갑지만 눈부신 그 작은 세계는 매혹적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눈의 여왕의 입맞춤에 위험조차 망각한 채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닿기를 원한다. 산산이 깨져버린 거울 조각처럼 뾰족한 얼음덩어리가 언제 떨어져 내려 사람들을 파고들지 모른다. 아름답던 동화가 잔혹 동화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때로는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는 결코 닿을 수 없기에 눈부시게 빛나고, 그렇기에 동화는 항상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현실 속 어른들의 잔혹함에 물들고 얼룩진 동화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아름다운 동화 속 환상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는 눈의 여왕이 만든 세상을 그저 멀리서 지켜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