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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강가 Sep 16. 2023

03. 필름 카메라

#1 겨울, 스며드는 감정의 온기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고 싶다며 내게 소형 필름 카메라를 선물했다. 그걸 보자 내가 처음 대구에 내려왔을 때가 생각났다.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아니면서 대구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낡은 삼성 디지털카메라 안을 채우고는 사진관에서 인화를 했었다. 인화된 사진 뒤편에 나의 감정을 빼곡하게 적어 방 한쪽 벽에 걸어놓았었는데, 그것은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나의 일상과 감정을 기록하는 방법 중에 하나였다. 어쩌면 그것이 나를 알아가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지고 있던 것은 낡은 디지털카메라뿐이라 사진이 인화될 때까지의 설렘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여전히 사진은 인화된 것이 매력적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엔 기필코 제대로 된 필름 사진을 인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는 좀처럼 내 손에 익지 않았고, 몇 번의 실패 끝에 결국 지금은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역시 나는 사진을 찍는 재능은 없는 게 확실하다고 한 번 더 나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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