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도 아닌데 직접 적은 편지와 함께 말린 안개꽃 한 다발을 불쑥 내밀었다. 표지만 보고 골랐다는 카드는 다섯 장으로 엮인 작은 책 형식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적어야 함에 당황해하다 결국 두 장은 채우지 못했다는 말에 참지 못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종종 나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을 해오면서도 여태까지 한 번도 꽃을 선물한 적은 없었다. 보기에는 좋지만 관리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의 선물에 기분이 좋아져 내 얼굴도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붉고 작은 꽃들이 알알이 예쁘게 피어있는 상태로 잘 말린 꽃다발은, 시들어 버릴 일이 없어 여전히 내 일상에 작은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