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에 관한 엉망진창 생각정리.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는 나는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서비스직인데 친절은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서비스직이라고 친절이 의무는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람은 친절을 원한다.
나만 해도 가게를 이용할 때 불친절함을 느끼게 되면 기분이 상한다. 정말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면서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원하는 모순이란..
솔직히 인정한다. 친절함이 주는 에너지가 굉장하다는 걸. 다른 가게를 이용할 때 상상초월로 친절한 직원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친절함의 정도를 넘어서서 당황했다. 말투, 눈빛, 미소 모든 것들이 부드럽고 온화했다. 나는 존경심을 넘어서 경외심까지 들었다. ‘이 사람은 뭐지?’라는 호기심이 들면서 ‘이렇게까지 친절해도 체력이 괜찮나?’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이때의 충격 이후로 더 친절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갑자기 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한 손님이 나에게 자리를 옮겨도 되냐고 여쭤보셔서 나는 방긋 웃으며 “그럼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손님은 나의 웃음에 놀라며 감사하다고 말하고 미소를 지어주셨다. 내가 이렇게까지 웃으면서 대답할 줄 몰랐던 것이다. 내가 친절한 가게에서 느꼈던 충격의 감정을 느끼셨던 것 같다.
난 뜬금없는 약간의 철학적인(?) 생각을 자주 한다. 만약 웃음이 판매가 가능하다면, 친절 금액을 따로 받는다면 사람들은 소비했을까? 자신의 기분을 위하여 소비를 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물론 이렇게 된다면 소비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겠지만 극소수의 사람들은 꼭 소비할 것 같다. 친절이 자신의 하루에 미치는 영향을 아는 사람들은 필수로 소비할 것이다. 난 친절 마니아층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웃음을 경험하기도 힘들고 웃음을 주는 것도 힘들다.
조금이라도 바빠지면 친절해야지 하는 마음이 흐트러진다. 바쁘면 쥐어짜듯이 친절을 선보이고 있다. 친절하기란 생각보다 나에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친절할 것이다. 친절해야만 한다.
남이 나에게 베풀었던 친절이 나에게 큰 영향을 준 기억으로 나도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될 거다.
손으로 무기를 날리는 아이언맨처럼 나도 친절을 날릴 것이다.
물론 빌런은 언제나 나타난다.
무례하기로 작정을 한 듯이 나에게 마음껏 무례한 손님이 나타날 것이고 아무리 내가 헤실헤실 웃으며 응대해도 화풀이 대상으로 나를 찜한 사람들도 나타날 것이다. 물론 불쾌하다. 화가 난다. 나는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 악물고 친절할 것이다.
빌런이 무례하다고 해서 영웅이 흑화 하면 영화는 비극으로 끝나버린다. 나는 친절에 대한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끝내기 위해 끝까지 친절능력자로 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