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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Jul 07. 2023

다롱이에게.

보고 싶은 다롱이를 추억하며.



다롱 (2001~2022.6.3)


다롱이와 처음 만난 건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이다. 나와 친했던 친구가 자신과 함께 사는 강아지 만나보지 않겠냐고 해서 당연히 “좋아!”라고 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설레는 만남이 아닐 수 없었다. 친구와 친해졌을 때부터 사진으로 많이 보여줬었는데 내 친구와 똑 닮은 모습에 신기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내 친구와 똑 닮은 다롱이. 어렸을 때부터 친구 옆에는 항상 다롱이가 있었다.


내 친구는 다롱이를 정말 아끼고 사랑했다. 다롱이는 친구에게 그냥 강아지가 아닌 남매였다. 아니, 남매 그 이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 때문에 혼자였던 내 친구는 너무 외로웠다고 한다. 외동이라 더 외로워 부모님께 강아지 키우면 안 되냐고 노래를 불렀지만 안된다고 하셔서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삼촌네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고 해 데려오게 된 강아지가 다롱이다. 그날부터 내 친구와 다롱이는 함께였다. 친구의 집에서 다른 친구가 놀러 와 자고 갔을 때마다 아침에 친구가 내 친구를 깨우려고 하면 깨우지 말라고 으르렁 했다고 한다.


언제나 다롱이와 함께.


 친구의 다롱사랑은 알려고 하지 않아도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내 친구를 아는 사람들은 다롱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친구가 다롱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두 느끼고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아주 많이 여행을 다닌 다롱이. 전국 방방곡곡 안 가 본 곳이 없다고..


시츄였던 다롱이. 약간의 고집이 있는 눈동자와 앙 다문 입술. 아무에게나 곁을 내주지 않는 스킨십을 싫어하는 강아지. 하지만 예민하지 않고 참을성이 강했던 강아지였다. 다롱이와 만나기 전 친구가 나에게 미리 다롱이는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주어서 긴장했었는데 다롱이와 만나고 바로 탄 택시 안에서 다롱이가 내 무릎 위에 손을 올려주었다. 얼마나 설레던지… 그때 다롱이 모습이 생생하다. 그 뒤 시간이 흐르고 우리가 성인이 되어 나이가 들어갈 동안 다롱이도 나이가 들었다.




눈동자에 우주를 품기 시작한 다롱.


20살 초중반 때는 서로의 길을 가느라 잘 만나지 못했다. 친구와는 만나도 다롱이는 만나지 못했었다. 그 뒤 친구가 새로운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우리가 안정되고 여유가 생겼을 때는 다롱이가 이미 많이 늙어있었다. 처음 만나던 날 10살의(10살도 나이가 있는 거지만 다롱이는 동안이었고 친구가 케어를 잘해줘서 젊었었다.)  쌩쌩하던 다롱이는 할아버지가 되어버렸다. 지금에서야 그때 시간을 내서라도 다롱이랑 많이 놀러 다닐 걸 이라는 후회를 한다. 현재 친구의  반려견 다온이, 새롬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서 다롱이와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 게 아쉽고 미안하다.




둘째 다온이 어렸을 적 모습. 다온이가 성장하고 나서도 서로 잘 지냈다..
스킨십은 싫지만 동생이니까 참아주는 다롱이.
다롱이를 참 좋아하는 다온이. 누가 봐도 형제 느낌이 물씬 나는 사진.
다롱이가 아프고 힘이 없었을 때 다롱이의 얼굴을 살살 핥아주었던 다온.


다롱이에게 남동생이 생겼다. 이름은 김다온. 2014년 다롱이가 13살일 때 다온이가 왔다. 친구는 다온이를 데려올 때 걱정을 많이 했다. 둘이 잘 못지내면 어쩌나 안 맞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공부를 많이 했다. 덕분에 다롱이와 다온이는 너무 잘 지냈다. 다온이가 너무 흥분해서 방방 뛸 때는 다롱이가 엄하게 왕! 짖어 멈추게 하지만 잠잘 때 서로 붙어서 자는 사이.. 다롱이는 다온이가 의지할 수 있는 형이 되어줬다. 다롱이와 다온이가 착해서 서로를 잘 받아들여 준 것이 80%라고 본다.


셋째 새롬이. 명절날에 만났었던 다롱이와 새롬. 새롬이는 다롱이를 참 많이 좋아했다.
친구의 삼촌분이 돌아가신 후에 친구의 집으로 온 새롬.
사이좋은 다롱이와 새롬. 사이좋은 삼 남매.
다롱이가 힘없고 아팠을 때도 옆을 지켜 준 새롬.


그리고 또 다롱이에게 여동생이 찾아왔다. 김새롬.  친구의 돌아가신 삼촌분이 키우던 새롬이를 친구가 키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좋은 보호자분을 찾아 보내기로 했는데 친구가 새롬이를 도저히 못 보내겠어서 식구가 되기로 결정했다. 2019년 다롱이가 17살이던 날 새롬이가 여동생이 됐다. 그래도 명절에 가끔 본 사이라서 그런지 사이가 좋았다. 새롬이가 다롱이를 참 좋아했다. 원래 새롬이는 다른 강아지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람을 좋아하는데 다롱이를 잘 따랐다. 참 신기하다. 한 식구가 될 걸 알고 있는 걸까? 새롬이가 슬개골 수술을 하고 집에 왔을 때 자고 있는 다롱이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고 한다. 다롱이가 자다가 깨어 새롬이를 바라보자 새롬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고.. 정말 마음이 따듯하다 못해 뜨거워진다. 새롬이에게 다롱이는 어떤 존재였을까. 믿음직스러운 큰오빠 같은 존재였을까?


무엇도 두렵지 않은 삼 남매. 크로스!




새롬이가 온 2019년에 친구가 다롱이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묻지 않았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다롱이와 함께 할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었다. 머나먼 이야기일 거라고 항상 씩씩하고 불사조 같은 다롱이는 오래오래 친구의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려 해도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너무나 무섭고 힘들고 아플 이별.


우리는 한식구. 매력은 다 달라요.
웃음이 절로 나는 사진.
살짝 다투는 다온이와 새롬. 그리고 그 중간에서 평온한 다롱.
아주 좋아요. 표정도 좋고요. 사진에서 행복이 가득 느껴진다.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스튜디오를 예약했다.  다온이와 새롬이도 함께 촬영하기로 했다. 쌀쌀했던 날 다롱, 다온, 새롬이 나에게 인사해 주고 함께 스튜디오 계단을 오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크하게 손냄새만 맡아주던 다롱이. 아주 반갑게 인사해 주던 다온이와 새롬이. 같은 식구지만 너무나도 다른 성격이라 웃음이 났었다. 촬영은 아주 순조로웠다. 모두 나를 한 번씩은 봐서 아는 사람이라 그런지 흥분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모두 함께 찍는 사진과 다롱이와 친구만 찍는 사진 다 잘 나왔다. 다롱이는 시크하지만 성격이 좋았다. 제일 협조적으로 촬영에 임해줬다. 다온이와 새롬이는 중간에 살짝 다퉜지만..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을 친구에게 남겨줬다. 내가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다. 다롱이와 다온, 새롬 그리고 친구의 사진을 찍어줬던 일.





유기견 후원을 위해 제작된 커플 맨투맨을 입고 홍보 사진을 찍은 날.
다롱이의 최대 애정표현 손인사.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김다롱.
취미는 거울 보기. 특기는 거울보고 감탄하기.
귀여움 한도 초과.


내가 다롱이랑 마지막으로 봤던 날은 2020년 유기견 후원을 위해 제작된 반려견 옷을 홍보하는 과정에 필요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내가 사진을 찍은 건 아니었다. 촬영현장을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함께했다.) 같은 옷을 입고 있던 친구와 다롱이의 모습에 웃음이 났었다. 19살이라고 믿기 힘든 동안페이스에 옷 입히면 입히는 대로 사진 찍으면 사진 찍는 대로 가만히 있어주던 성격최고 할아버지 다롱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걸 좋아하고 거울을 보는 걸 좋아하던 다롱이. 내가 다 기억하고 있다. 얼마나 귀여웠는지.. 절대 잊지 않을 거다.


인간들 밥 먹을 때도 젠틀하게 기다려주는 매너 있는 다롱.
걷기도 잘 걸었다. 땅을 밟으면 바로 뚱땅뚱땅 걸어가던 다롱.
다롱: 스킨십은 싫지만 누나니까 안는 건 허락해 줄게..                                                      잠도 잘 자는 다롱이.
다롱: 하지만 뽀뽀는 안돼. 내가 경고했지..


그렇게 촬영을 한 뒤 우리는 다롱이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친구와 맛있는 밥을 먹을 때도 가만히 옆에서 자던 다롱이. 다 먹고 조금 걸어볼까? 했을 때도 뚱땅뚱땅 잘 걷던 다롱이. 내가 안아 줄 때도 스킨십 싫어하지만 가만히 있어주던 다롱이. 하지만 카페에서 내가 다롱이에게 뽀뽀하려 했을 때 (다롱이가 경고 함에도 불구하고 귀여워서 뽀뽀를 시도했다.) 나를 살짝 물었던 다롱이. 다롱아. 나는 다 기억해.




급격히 건강 악화됐었던 다롱.


다롱이가 떠난 날 2022년 6월 3일. 친구가 울면서 전화했다. 다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다롱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시키고 출근을 한 사이에 다롱이가 하늘로 갔다고 했다. 일하느라 다롱이를 바로 보러 가지 못하고 울면서 일을 하고 있었을 내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 다롱이의 마지막을 같이 지켜주기 위해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다롱이는 너무나 작아진 모습으로 눈을 뜨고 있었다. 눈을 뜨고 있어서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눈물이 없기로 소문난 나는 내 친구가 떠나야 할 다롱이를 목 놓아 부르며 무너지는 걸 보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다롱이 옆엔 내 친구.
내 친구 옆엔 김다롱.
언제나 내 친구 마음속에 살아있는 김다롱.


다롱아 너는 내 친구에게 너무나 큰 존재인데, 내 친구 옆엔 다롱이가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다롱이가 없다는 게 지금까지도 어색하다. 내 친구도 다롱이가 떠난 게 꿈 같다고 했다. 옛날엔 죽음이 두려웠는데 이젠 두렵지 않다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면 다롱이를 만날 수 있으니까. 다롱아 너는 내 친구에게 무슨 의미고 어떤 존재였을까. 내가 감히 헤아릴 수나 있을까. 다롱아 나중에 만나게 된다면 그때처럼 손 냄새 맡아주라.



-다롱이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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