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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Sep 02. 2023

리틀 자이언트 새롬.

그녀는 작지만 강해.



이별은 언젠가 찾아온다지만 먼 훗날의 일이라며 위안을 삼고 우리는 망각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먼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별이 갑자기 찾아온다면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걸까. 새롬이에게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내 친구의 삼촌분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새롬이는 아빠와 이별을 맞이했다. 친구는 새롬이를 집으로 데려왔고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는지 새롬이는 굳은 표정으로 내 친구를 쳐다봤다.


택시를 타고 친구 집으로 온 새롬.


내 친구는 이때 두 강아지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었기에 새롬이를 임시보호하며 좋은 분께 보내려 입양자를 알아보기로 했다. 아무에게나 보낼 수 없었던 내 친구는 신중하게 보내기로 결심했다. 삼촌을 보내드리고 정신없이, 슬픔을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친구는 새롬이 케어에 나섰다. 새롬이는 시골강아지처럼 키워져서 미용도 해야 했고 하네스를 하는 방법도 익숙해지게 훈련도 시켜야 했다. 새롬이는 새로운 변화에 당황했지만 잘 따라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새롬이는 잘 웃어주지 않았다.


미용하고. 하네스도 하고 새로운 변화에도 잘 따라주고 있는 기특한 새롬.


새롬이가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웠을까 생각해 보면 새롬이는 정말 강하구나 생각하게 된다. 침착하게 변화를 받아들이며 내 친구를 신뢰해 주고 상황을 이겨내주었다. 삼촌이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사람보다 강아지친구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묵묵히 변화를 받아들이는 새롬이의 모습을 글을 쓰며 다시 정리해 보니 기특하고 대견하다.


이불에 쉬야하고 옆에서 잠든 새롬.


새롬이는 시골강아지처럼 자랐기 때문에 배변실수를 자주 했다. 배변훈련을 계속해서 해주던 내 친구도 좌절을 계속 맛봤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롬이를 훈련시켰다. 강아지가 불안함을 배변실수로 표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혼내는 건 금물이다. 천천히 배변패드에 대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잘 훈련시켜야 한다. 짜증 나서 마구 강아지들을 혼내는 분들은 강아지를 키울 준비가 안되신 분들이다. 모든 강아지들이 고분고분 나의 말을 잘 따라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큰 욕심이다. 강아지들은 개의 본성과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서 사람과 같이 살 때 필요한 규칙들을 이해시켜 줘야 한다. 절대 인내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키우는 걸 많이 고려해보셔야 한다.


강아지를 싫어하는 두 남매지만 새롬이는 다롱이를 좋아하고 다롱이도 새롬이를 받아들였다.
두 강아지 오빠들과도 잘 지내주는 새롬.


걱정했던 부분. 두 강아지오빠들과 잘 지내줄까.. 다행히도 명절날 자주 보던 오빠들이라 그런지 잘 지내주었다. 저 작은 체구의 새롬이가 하나하나 척척 문제없이 해나가는 걸 보니 큰 강아지보다 듬직하게 느껴졌다.


간식 앞에서는 좋아하는 시츄다롱오빠를 따라서 짖는 새롬. 다온이만 느긋.. 무덤덤.
개별 산책을 해주던 친구지만 본인의 고관절이 안 좋아 어쩔 수 없이 같이 산책한 날.


강아지들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다견가정에서도 같이 산책하는 것보다는 따로따로 산책해 주는 것이 좋다. 같이 산책해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산책하는 속도나 냄새 맡고 싶은 장소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가끔은, 아니 조금 자주 개별 산책을 해주는 것을 추천해 드린다. 필자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지만 강아지를 좋아하고 강아지 키우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서 어깨너머로 배운  강아지에 대한 짧은 지식을 나누고자 적어본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조금씩 웃어 보이는 새롬.


차츰 친구와 강아지오빠들과의 생활이 익숙해진 건지 새롬이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저것이 이빨인가? 싶을 만큼 앙증맞은 쌀알 같은 이빨이 보는 이를 웃음 짓게 만든다. 산책할 때 강아지친구들이 지나갈 때마다 저 쌀알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열심히 짖는다. 이유는 내 친구를 지키려고.. 저 쌀알 같은 이빨로 지킨다는 게 너무 웃기고 귀엽다. 작지만 용맹한 새롬.


3차 접종한 뒤 중성화 수술도 잡았다. 귀신같이 알고 시무룩한 새롬. 씩씩한 새롬이는 중성화 수술 따위! 문제없다!


 강아지 중성화를 왜 시키는 거야?. 중성화시키는 걸 잔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필수는 아니지만 생식기 및 호르몬 질환 노출을 막기 위해 중성화를 하는 걸 추천해 드린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유선종양, 자궁축농증, 고환암, 발정기 증상, 생리 중 통증과 스트레스를 막을 수 있다. 나의 강아지가 아픈 게 싫다면, 오래 함께하고 싶다면 할 수밖에 없다. 누가 나의 강아지가 아프길 바라겠는가.


이제는 활짝 잘 웃어 보이는 새롬.

 

친구는 새롬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새롬이를 보낼 수 없었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낼 수 있을까? 새롬이를 데려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신뢰할 수 있을까? 생각의 생각. 꼬리를 문 생각의 결론은 새롬이와 함께 하기로, 다롱, 다온, 새롬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이제 3마리의 다견가정이 된 친구. 힘든 일도 많겠지만 행복은 3배일 것이라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에 스스로 안도했다. 친구는 새롬이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을 다짐하며 새 가족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슬개골 수술 후 병원에서 소리 없이 깬 강아지는 새롬이가 처음이라고 하셨다.


새롬이가 슬개골 쪽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친구. 새롬이의 슬개골 수술이 결정됐다. 중성화 수술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또 수술을 해야 한다니.. 걱정이 되지만 수술을 해야 새롬이가 아프지 않으니 미룰 수 없었다. 슬개골 수술을 위해 미용을 하고 입원을 했다. 걱정했던 것이 무색해질 만큼 새롬이는 씩씩하게 수술을 받고 깨어났다. 마취에서 깨면 소리 내면서 깨는 것이 보통인데 새롬이는 낑 소리도 내지 않고 깼다고. 정말 다행이다. 다시 한번 리틀 자이언트 새롬이의 씩씩함에 놀랐다.



그래서인지 쫄지 않는 새롬이가 유일하게 쪼그라드는 곳, 병원. 한껏 내려간 꼬리가 말해준다.
같이 사는 다롱 오빠랑 스파 취향이 겹치는 새롬.
“앉아.” 백 만번 말해봐도 앉지 않는 걸. 김새롬. 그래도 사랑해.



그렇게 새롬이는 친구와 함께 많은 추억을 만들어가며 살아가게 됐다.



리틀 자이언트 새롬이에게 쓰는 편지.

새롬아 너는 정말 강해. 작지만 산책할 때 언니들을 지키려고 센 척도 하고 이별도 이겨내고 수술들도 이겨냈잖아. 변화도 빠르게 받아들이고. 리틀 자이언트란 말이 새롬이를 위해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작지만 용맹한 새롬아. 사랑해. 언니도 새롬이가 보여준 모습 잊지 않고 강하게 이겨내 보려 노력하며 살아가볼게.


새롬이와 종종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언니는 너무 행복해. 함께해 줘서 고마워.





새롬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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