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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Dec 26. 2022

매일을 크리스마스처럼.

크리스마스에 대한 엉망진창 생각정리.


난 20살 이후부터 공휴일에 쉬어본 적이 없다.

서비스직의 비애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것에 대해 한탄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나만의 휴일을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공휴일처럼 보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많고 북적이는 걸 싫어하는 나의 성향이 도와준 거지만

소박한 것 (영화 보기, 반신욕, 노래 감상, 방 정리 등등)에 행복을 느끼는 타입이라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직업의 종사자들이 일할 때(평일에) 쉬는 이상한 변태 같은 짜릿함도 있고 평일에 볼일 보러 나갈 때 사람들이 적어서 편하기도 하다.


공휴일이 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한탄이 울려 퍼진다. 남들이 쉴 때 일한다며 우울해한다. 하지만 우리도 남들이 일할 때 쉬는걸.. 역시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다. 공휴일의 분위기가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 특별한 날 일하는 것은 사람에게 묘한 박탈감을 준다.


크리스마스만 해도 그렇다. 연출이 기가 막히지 않는가? 따듯한 조명.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들. 괜히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빨간색과 초록색의 조화들. 추운 날씨에 괜히 따듯한 존재를 껴안고 싶어지는, 그게 애인이라면 더 좋을 것 같은 몽글몽글한 기분. 크리스마스의 연출은 기가 막히다.


이 연출에 모두들 속아 넘어가고 있다. 모든 것은 평범한 평일에도 할 수 있다. 기분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에도 무덤덤하게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정말 별거 아니다. 매일을 크리스마스처럼 따듯하고 소중하게 보내겠다는 마음. 그거 하나면 매일을 크리스마스처럼 보낼 수 있다. 내 옆에 있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웃어주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안아주면 그게 산타클로스고 그날이 크리스마스 아니겠나.


먹고 사느라 팍팍해서 소중한 이에게 웃어주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감정이 메말라져서 이런 날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니까 용기 내서 고백해 보는 것,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소중한 사람과 시간 내서 한 끼 식사하는 것. 이런 시간을 크리스마스 핑계로라도 보내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뭔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슬프다. 일에 치여 표현이 말라버린 사회적 동물들이 감정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느낌이랄까?


나는 현생이 팍팍하고 먹고살기 힘든 건 맞지만 아직 표현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완벽하게 사회적 동물 화가 되진 않았나 보다. 혹시 나같이 공휴일에, 크리스마스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괜찮아요. 당신의 휴일은 더 따듯할 거예요. 당신의 휴일이 크리스마스보다 더 따듯하다 못해 뜨겁길 바라며.


메리 크리스마스.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살아요 우리.


크리스마스에 뭘 하든 기분 좋게 보내는 사람이 승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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