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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엽 Jan 18. 2022

동쪽 사냥 숲

존 레넌의 공연이 끝나고, 하나둘씩 선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공연을 보고 걸어서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고, 순간이동한 듯 번쩍하고 갑자기 나타난 사람도 있었다. 서로서로 아주 오랜만에 만난 사람처럼 떠들썩하게 포옹이며 악수를 했다. 


“썬, 오늘은 내가 더 큰 코뿔소를 잡을 거야.”

“하하하, 디디 그건 두고 보자고”


썬을 디디라는 친구와 포옹을 하고 한 마디씩 주고받았다. 디디는 커다란 덩치에 피부색이 초록색이었다. 저번 주 사냥에서 선이 키가 2미터는 되는 커다란 흰코뿔소를 100미터 밖에서 명중시켜 잡는 것에 성공했다. 

식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면서 주변을 살폈다. 선과 식을 제외하고 4명 정도가 더 모였다. 디디부터 한 명씩 식을 발견하고는 식과도 악수하고 이름을 물어보았다.


“디디라고 합니다.”

“식이에요.” 

“해박이라고 해”

“식입니다.”


디디, 해박, 무노스, 소담은 차례로 식과 악수하며 이름을 주고받았다. 각각 성향에 따라 존댓말을 하기도 하고 반말을 하기도 했다. 


“자 그럼 다 모인 거 같으니까, 가볼까? 저번에 갔던 동쪽 숲으로 가보자.”


선이 모인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자 다들 골동품 같은 총을 꺼내 들었다. 식은 쓸 수 있는 총이 없었다. 식에게 있는 것은 가지고 있는 옷 한 벌뿐이었다. 


“저… 썬, 나는 총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아 오늘은 내가 예전에 쓰던 총을 하나 줄게 어차피 안으니까 너 가져. 좋은 건 아닌데 초보자일 때 쓰기는 좋을 거야. 나중에 더 좋은 게 필요해지면 사도록 해.”

선의 손에 총이 한 자루 더 생기더니 식에게 건네주었다. 꽤나 무거워 보였는데 식이 들어보자 무게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는 메타에 돈이 없는데 어떻게 돈이 생기는 거야? 여기서 일을 해야 하는 건가?”

식은 만약에 사게 되면 어떻게 사야 하는 지를 생각하다가 자신에게 돈이 있는 지를 생각해보았다. 

“식, 메타 코인은 필요할 때 현실 계좌의 원에서 환전할 수 있어. 메타에 새로 들어왔으면 M-서울에서 잔고에 10메타를 넣어줬을 거야. 물론 메타에서 일하게 되면 메타 코인으로 받기도 하고 말이야.”


이번엔 해박이라는 친구가 식을 올려다보며 대답해주었다. 곱슬머리에 고양이 눈이었다. 식보다 한참이나 작아서 식이 내려다보아야 했다. 식은 시야 바깥쪽의 개인정보 메뉴 중 잔고를 찾았다. 해박의 말대로 10미터가 있었다. 10메타는 메타에서 밥 한 끼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식은 10메타가 어느 정도 가치인지 조차 몰랐다. 


“식, 여기는 라운지니까 사냥을 하려면 동쪽 사냥 숲으로 이동해야 해. 입장료가 있는데 5메타야.”

“라운지에 올 때처럼 이동하면 되는 거지?”

“맞아”


선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친구들을 보내고 식에게 알려주었다. 

사냥을 위해 만들어진 숲에도 입장료가 있었다. 그 안에는 희귀한 동물들부터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동물들까지도 있었다. 물론 만들어낸 동물이었는데 동물을 잡아서 판매할 수도 있었다. 사냥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수동으로 된 원거리 무기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구식 총과 활까지도 포함했다. 또, 사냥하는 동물을 한 번에 고통 없이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냥을 당하는 동물은 고통을 못 느끼지만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죽이는 사람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렇게 드러나는 내면의 잔인성이 현실이나 메타에서 다른 사람에게도 미칠 수 있었다. 선은 식에게 이런 규칙을 설명해주었다. 둘은 각각 숲으로 이동했다. 


식은 선과 친구들을 따라서 숲을 돌아다니며 동물을 찾았다. 식은 한 번도 총을 쏘아본 적이 없었지만 친구들이 알려주어 사용법을 익혔다. 


“식, 그래도 오늘은 처음이니까 네가 총을 쏠 일은 없을 거야”


선은 식에게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그러나 이런 말이 식을 자극한듯하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저 멀리 11시 방향을 보고 있을 때, 


빵! 


뒤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식이 4시 방향의 커다란 사슴을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총을 겨누어 사슴의 왼쪽 눈에 명중시켰다. 갑작스럽게 난 총소리에 모두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선은 제멋대로 뒤에서 총을 쏜 식의 멱살을 잡으려고 달려왔지만 저 멀리 쓰러지는 사슴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식은 분명히 한 번도 총을 쏘아본 적 없었다고 했지만 단번에 명중시킨 것이다. 놀라기는 식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쏘면 맞을 것 같아서 쏜 것인데 정확하게 맞은 것이다. 


Photo by Pascal Debrunn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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