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나를 여행하며
세상 사는 맛이 느껴지지 않을 때 나는 늘 글요리를 해요.
글요리는 내가 나를 찾아 떠나는 일이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내 영혼이 갈증 나는 일이고,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세상 사는 맛이 나지 않는 일이죠.
그래서 나는 늘 세상의 맛을 내기 위해 글요리를 하며
내 안의 나를 여행해요.
문장을 뜯어서 맛보고, 지지고 볶는 일은
오래전 나의 습관이자 일상이 되었어.
그래서 내 몸에서 늘 글 타는 냄새가 나,
음식은 타면 못 먹지만,
글요리는 내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야 제대로 된 맛이 우려 지거든요.
문장이 찌개처럼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
한 숟가락씩 떠먹어 보는 맛은 내 정신도 가끔 놀라는 맛이야.
그런데 더 놀라는 맛은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문장이
나를 찾아와 놀라게 할 때가 있어.
그때는 정말 누구도 알 수 없는 환상적인 기분이 들지.
내면의 깊이를 조금 더 파고드는 일이야.
문장이 맛없을 땐 몇 날이고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된 맛이 우려 질 때까지 지지고 볶아야 돼.
가끔 독자들과 글상을 차려서 글요리를 나눠 먹기도 하는데,
맛없어하는 독자들도 있어,
그래서 지지고 볶고, 끓이는 글요리는 일상처럼 내가 매일 노력해야 해.
그런데 노력이라는 건 매일을 해도 안될 때가 있어.
그렇지만 그 노력을 뛰어넘으려고 하는 것이 노력이야.
문장이라는 건 늘 써놓고 보면 어딘가 어색하지.
한 밤 자고 일어나서 보면 어색하고,
이튿날 보면 또 어색하고, 여러 날 어색한 경우가 있어
이럴 땐 백날이라도 문장을 뜯어고치며 요리를 해.
음식을 요리하다가 이상하게 뭐가 빠진 듯할 때가 있잖아.
그런 것처럼 글 요리도 무언가 이상해
그 문장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어.
그러면서 나는 늘 글 요리를 즐겨요. 음식 보다도 더 맛있는 게 글요리예요.
음식은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지만,
글요리는 하루라도 안 먹으면 내 영혼이 늘 허기가 지고 갈증 나.
세상도 이렇게 내 맘대로 지지고 볶는 문장처럼
뜯어고쳐 쓰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 이잖아요.
그래서 가끔 세상을 내 정신 속에 가둬 놓고
내 맘대로 지지고 볶으며 요리해.
그 맛은 내 마음이 청결해지는 맛이야.
그래서 세상 사는 맛이 나지 않을 때 나는 늘 글 요리를 해.
말을 즐기지 않고 글을 즐겨요.
내 안의 나를 찾아 여행하는 일은 세상 어디 보다 더 멀리 가는 일입니다.
20230525060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