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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원 Jul 15. 2023

여름진달래

월간 시 see가 선정한 이달의 시(7월호)


겨우내 문밖의 눈을 쓸고 또 쓸다가 봄이 이윽고 마당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파꽃이 피어나는 텃밭이 반가워 땅을 일구시던 당신의 봄날은 그렇게 시작되었죠. 이마 위에 땀방울이 맺힐 때마다 세월은 주름져   

가고, 진달래 그 봄에 꽃 진다 꺾지 말라시며 봄을 만지시던 당신. 오고 가기를 반복하는 계절의 봄은 늘 같건만 그래도 그 꽃 아직 먼데로 가지 않았나 봅니다. 나를 따라다니는 당신의 봄이 여름날 뜨락에 와서 이렇게 앉아 있는 걸 보면요. 「여름진달래 전문. 본문 p51」 월간 시(詩)가 선정한 이달의 시 7월호 




[시(詩) 감상]


눈 쌓인 마당을 겨울 동안 쓸어 내다 보면 어느샌가 파꽃이 피어나는 봄이 마당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시(詩) 속 주인공의 손은 땅을 일구느라 늘 쉴 날이 없었다. 그렇게 땅을 만지며 한 해 두 해 세월이 지날 때마다 수고의 땀은 시간을 먹고 자라 주름살로 늘어났다.

  

주인공은 진달래 피는 봄이 오면 소녀에게 향기를 맡아 보라며 꽃잎을 따주곤 했다. 소녀의 마음 안에는 다된 성인이 되어서도 사계절 진달래 그 봄이 가득했다. 계절은 늘 반복하며 여름이 오면 봄꽃도 지건만 주인공을 향한 그리움에는 그 어디로도 가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다.


어느 날인가 여름날 아파트 한 귀퉁이에 그 꽃이 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진달래 그 봄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아무 때나 불쑥불쑥 피어나는 그리움은 시도 때도 없이 어느 누구의 마음 안에도 따라다닌다. 다된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따라다니는 것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오늘도 여전히 내 가슴이 살아 숨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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