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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원 Sep 24. 2023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책 서평. 4 」


사람은 한번 태어나 살다가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의 길에 이르게 된다. 죽음은 여러 상황에서 어느 때라도 내 앞에 현실로 다가오는 일이다. 삶가운데 어렵고 힘든 일은 극복하면 되는 일이지만 죽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돌아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아무도 없다. 사람의 관계는 한 번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누군가 떠나고 남겨졌어도 다 풀지 못했거나 전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서로의 마음 안에는 남겨져 소화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2010」 저자 아이라 바이오크는 호스피스 전문의로 수천 명의 죽음을 지켜본 가운데 이런 관계를 보다 더 솔직하게 마무리하고, 떠나고 남겨진 자의 관계와 회복을 위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어준다. 




당시 아버님의 암선고는

아픔과 함께 가족 모두와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일로 남겨졌다. 암투병 환자의 보호자가 되어 생명 날짜를 받아 놓고 견뎌 내야 하는 일이 말로는 차마 더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선택하지 않은 이별이었으나 우리에게 주어졌고 주어진 현실 앞에 하루하루 이별을 살아 냈다. 오늘을 살다가 내일로 이어지는 선이 언제 끊어질까 두려움이 때론 지치고 두 손 모으며 무릎 꿇어야 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우리의 두발과 두 손은 지치지 않고 헛되지 않기를 바랐다. 받아 들일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아버님을 병원에서라도 편히 모시다 보내 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한참 뒤에야 마음이 허락했다. 남은 기간의 고통이 더 무르익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했으며 아버님과 아름다운 이별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니 작은 위안이 마음바다 한가운데로 내려앉았다. 다짐하며 버리지 못할 고통들이 마음 깊숙한 곳으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책을 만나며 

아름다운 이별을 고민하며 남편이 한 권의 책을 사들고 왔다. 우리와 같거나 알지 못하는 다른 아픔들이 세상에는 참 많이도 있었다. 단지 그 종류와 분량이 다를 뿐 아픔은 누구나 겪고 있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두려움의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죽음에 대해 조금 더 이해되기 시작했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누군가 마지막 때에 이르렀을 때 편하게 잘 보내 줘야 하는 것은 내가 해야 되는 일이었다. 타인들의 아픔과 고통을 보며 알게 되었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될지 그들이 되어 이해를 하며 침착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은 

여러 상황에서 맞이하게 되는 죽음에 대한 작별 인사법과 관계 회복을 논하여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는 방법과 환자를 보낼 때 보호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지혜로운 도움을 전달한다.


사랑은 우리 안에 영원히 살아 있다. 

하루하루의 이별과 암투병의 긴 고단 끝에 아버님의 임종을 지켜 드렸다. 아직 길지 않은 아버님의 호흡이 남아 있었다. 생전 내게 사랑을 한껏 쏟아 주고도 모자라 미안해하셨던 나의 시아버님. 수건에 물을 묻혀 얼굴을 닦아 드리고 로션을 발라드리는 일은 그날이 마지막이 되었다. 손을 꼭 잡아 드렸다. 아버님께 못다 전한 말과 더 하고 싶었던 말을 반복해 전해 드렸다. 세상의 짐과 당신의 몸마저 비울 것을 모두 비워 내셨다. 


특실로 옮기며 마지막 기도를 드렸다. 아버님의 산소호흡기를 떼어 주던 남편은 침착했다. 그간의 이별을 준비해 온 날들이 있어서였을까. 아버님의 피부에서 바늘을 뽑던 나의 손길은 생전 아버님을 만질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었다.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노력을 기울였고 아버님은 우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날 오후 더는 고통 없는 당신의 길 위에서 편안히 잠드셨다. 


이별은 우리가 어느 때 다시 만나기 위한 준비였으며 다 끝나지 않은 이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고 떠나는 일은 내가 잠시 좁은 통로를 걷다가 서서히 성장의 길로 빠져나오는 일이다. 떠날 때에 다 전하지 못하고 뒤돌아서서 못다 한 말들이 세상에는 가득하다. 그리움도 때론 저물어 갈 때에 나도 이와 같은 날이 있을 것이다. 어두운 밤을 털고 일어서는 이슬이 신선하듯 아직은 그리움도 싱싱하니 아버님이 생전 내게 주신 그 사랑은 내 안에서 여전히 머물러 산다


 죽어서도 내 안에 사는 사람 

현실 앞에 누구에게나 죽음은 다가올 수 있는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어느 한 사람을 보내게 되어도 그 사람은 내 안에서 영원히 머물러 산다. 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일이다. 살며 때론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고 감사하다는 말을 잊고 지내는 날이 있다. 용서는 생의 마지막 때에 서로가 풀어할 문제이며 누군가로 인해 내가 감사했던 표현은 잊으면 안 되는 말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늘 잔에 차고 넘쳐도 과분하지 않은 말이며 지금 하지 않으면 내일은 해가 떠도 못다 전해지는 말이다. 우리는 떠날 때 서로에게 실어준 짐이 있다면 그것을 풀어 줘야 할 것이며 다 풀지 못한 일은 누군가가 떠난 뒤에도 내 안에서 열쇠를 쥐고 열지 못하는 일이다. 마음에 쥐어진 열쇠를 여는 것은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의 알지 못했던 비밀이 열리며 관계가 원만해지는 일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떠나고 난 뒤에 후회 없도록 감사와 용서 미안함과 사랑으로 작별 인사를 하도록 안내한다. 떠나고 남겨진 자와의 관계를 생과 사에서도 유지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작별 인사법을 논했다. 




【책 속문장】 

『아름다운 죽음은 완전히 의지 하는 것이다. p116』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당신의 차례가 돌아오면 죽을 수밖에 없는 당신 자신을 용서하라. 당신보다 먼저 그 길을 떠난 사람들이 남긴 교훈을 받아들여라. 당신이 몸이 아파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필요하거든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들여라. 당신이 이를 거부하면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큰 짐을 지게 된다. 당신이 거부하고, 꺼려하고, 마뜩지 않게 여김으로써 그들은 살아가는 동안 내내 사랑하는 이를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슴에 품고 살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정녕 그들이 평안하기를 바라거든 그들이 당신을 정성껏 보살피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죽음은 항시 닥칠 수 있다. p232』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어서 언제라도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

혹시 당신 곁에 중요한 말들을 전하지 못한 채 갑자기 죽을까 봐 가슴 졸이게 되는 상대가 있는가. 만일 있다면, 지금이 아말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작별 인사는 평생의 선물이다. p254

살아 있는 선물에 감사하라.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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