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서 서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려원 Oct 01. 2023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김종원 지음.2023

김종원 작가 신간. 글은 어떻게 살이 되는가(2023.8)


글 쓰는 작가의 취향이 다르듯 글 이 지니고 있는 특성이나  자기만이 갖고 있는 글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좋은 글을 쓰고 멋진 작가들이 많듯 이에 대한 이론 역시 다양한 방법에서 논한 책들도 많다. 그간 저자의 책을 꽤 여러 권 접해 왔지만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담아 출간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가 꽤 오래전 15년 동안 단 한 권의 책을 읽으며 한 인물에 대해 알아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 인물은 바로 괴테인데 이번에 출간한 책이 지난 15년간 그의 정신세계 속에서 살며 그와 나눈 대화를 처음 소개한 책이다. 말하자면 저자가 알고 있는 괴테의 글쓰기를 논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해 준다는 것이다. 글은 삶이 되고 삶은 글이 되는 같은 생각의 제목에 이끌렸고 실제 책 속에서도 너무도 많은 부분 공감하는 내용들 이 상당수였다. 꽤 친근감 가는 책이다. 



  

문단의 한 원로 선생님께서 언젠가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았다고 했다. 글을 읽어 보고 이해하기 어려워 도저히 심사평을 할 수 없어서 그 자리를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글은 글을 쓴 그 작가만이 알아볼 수가 있다. 책은 독자들을 향해 가는 걸음이지 자기만의 소유가 아닐 것이다. 독자들을 향해 있는 글이니 만큼 문장의 화려함 보다는 독자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써야 한다는 것이다. 화려한 문장이 결코 쉽게 읽히는 것은 아니다.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부분에서 독자는 페이지도 넘기기 전 이미 멈춰 서게 되며 글을 읽을 수 없게 된다. "화려하게 쓰려고 하지 말고, 읽고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p24. 저자는 이것을 풀어헤치며 독자들에게 쉽게 글 쓸 수 있는 괴테의 글쓰기 방식을 전달한다.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하며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던 날이 많았다.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 문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창작의 날을 습관처럼 보내며 내 안의 감성이 내면 밖으로 흘러나왔다. 언어와 문장의 생각이 차고도 넘쳐나는 것을 메모해 놓고 책상 앞에 앉았다. 정리하며 다듬는 과정 중에 또 다른 문장이 나왔다. 내 감성을 먼저 이끌어내기 위해 가끔은 걷고 산책하며 자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제는 익숙한 단계에 이르렀다.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요청하는 것이 아닌, 생각이 넘쳐서 흘러내린 것을 언어로 변환해서 글을 쓴다. p78 인용하며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책 내용을 이끌어 냈다. 


삶을 걷다 보면 늘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듯 저자는 자신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도 놓지 않은 글의 당시 상황을 전한다. 저자가 지금까지 글을 놓지 않고 총 80여 권의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방법에 있지 않을까 한다. 사랑하던 지인이 세상을 떠나도 시를 썼고, 내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날에도 바로 병원에서 나와 인생 최악의 기분을 시로 썼다. 시간과 여유가 허락된 시절은 단 1초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살며 때때로 글을 썼다. p154 주어진 내 삶에 열심을 다하다 넘어지지 않고 장애물을 뛰어넘어가야 하는 현실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매장을 운영하고 일을 하며 시를 썼고, 걸어가며 시 쓰기의 비유를 위해 삶과 사물에 글 쓰기를 연관 지어 비교하며 글을 썼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창작을 하며 시 한 편 지어내는 여러 날을 보내며 원고를 써서 보냈다. 아버님이 암선고를 받았을 때도 아픈 마음을 시로 풀어냈고 병간호를 하면서도 시를 썼다.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글을 썼고 친정아버님 병원에 계실 때도 병문안 갈 때도 남편의 사업 위기가 왔을 때도 글을 썼다. 저자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 라도 글을 쓰라고 한다. 그러나 글 쓰는 그 마음에는 언제 어느 때라도 간절해야 한다고 전한다.  10여 년이 넘게 써온 글에 처음은 시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문학지에 시(詩) 외 수필도 써서 보내고 에세이 형식의 글도 쓰며 기사작성도 하는 다양한 장르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가끔은 요리하듯 다양한 장르에서 글을 쓰는 한 가지 장점은 글쓰기의 싫증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책 속문장

괴테의 지적능력에 대한 책을 지난 15년간 쓰고 있다. 그를 쓰기 위해 그가 보낸 시간을 살아 내야 했다. 간혹 빨리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 서둘렀던 적도 있었지만, 괴테는 늘 내게 조언했다. p116 

"순리를 따르라!" 

그 조언을 마음에 담고, 이후 나는 상상하지 않고 실천했다. 모르면 쓰지 않았고, 이해할 때까지 스스로 기다렸다. 여러분도 그 마음을 담고, 자신이 쓴 글을 읽고 삶을 바꿀 독자를 생생하게 상상하길 바란다. p116~117 

만약 지금 당신이 못된 마음을 담은 말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 말을 내뱉지 말고 깨끗하게 씻어내라. 글로 쓸 수 있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라. 그게 바로 삶이 글이 되게 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되면 매일 살아 있는 글이 저절로 나온다. p152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글이 나를 쓰는 것이다. 좋은 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면 살은 저절로 좋아지고, 열정적인 삶을 살면 글도 저절로 뜨거워진다. p170 




『저자 김종원은』

오래전 자비를 들여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톤도) 에게 사랑과 나눔을 하고 돌아와 책 한 권을 썼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 2014」 당시 자신에게 많은 자료가 있었음에도 그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 했다. 아이들을 향한 그의 사랑 같은 마음이 전부였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40도가 넘는 쓰레기 매립 지역에서 다리에 열 화상을 입고도 행복했다고 전했다. 비록 책 한 권이지만 그의 진솔한 마음에는 늘 글이 삶이 되고 삶이 글이 되는 실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금껏 총 80여 권의 다양한 장르에서 책을 출간해 냈다. 지난 8월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처음 출간한다기에 어떤 내용으로 독자들을 찾아갈까 궁금하기도 했다. 다 읽고 난 뒤에 다시 한번 더 읽기를 권한다. 그가 괴테를 알아내는데 15년이란 시간을 보냈듯 좀 더 다양한 형태에서 글 쓰기 방법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