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와 / 해설. 최세라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로는 끝까지 모두 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김소월.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전문」
-진달래꽃 저문자리 모란이 시작되면-
헤어진 '당신'에 대한 변하지 않는 사랑. 죽는 날까지 지속되는 사랑. 자연의 질서와 섭리마저 '당신'으로 인한 것이라 믿는 사랑. 시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헤어진 옛사랑을 생각하고 있다. 옛사랑과 연관이 없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의미가 없다.'당신'은 그렇게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영원하지 못하고 무소부재할 수도 없어서 헤어진 '당신'을 마음으로만 사랑할 뿐 몸은 함께하지 못한다.
시인은 "그림자같이 당신한테로 가"고자 한다. 그림자는 눈에 잘 띄지 않고 밟혀도 다치지 않는다. 꺾어진 길에서는 같은 광원의 반대편에 존재하며 광원의 밝기에 따라 길이가 정해진다."그림자같이" 가겠다는 시인의 마음은 그러므로 몸 아닌 다른 형체가 되어서라도 '당신'에 닿고 싶은 열망이다. 불멸의 사랑이다.
-시해설 최세라 P9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