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가 망가져도, 사랑은 망가지지 않습니다>

좌절의 순간, 나를 붙잡아 준 것들에 대하여

by 포니아빠

척추 협착증으로 인해 좌반신이 불편했던 적이 있다. 멀쩡히 밥 먹고 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팔다리에 힘이 없어서 주저앉은 그때의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난 이렇게 불구가 되는 건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질질 끌고 가까운 신경외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 본인이 아는 한, 대한민국에서 척추 주사를 가장 잘 놓는다는 선생님이 계신 병원을 연결해 줘서 먼 길을 가 주사를 맞았다.


아내에게 물었다, 내가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냐고.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본인이 일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란다. 역시 결혼 참 잘했다.


이삼일 지나니 귀신같이 차도가 생겼고, 약 이주정도 지나니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2주 후 들른 병원에서는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되니 2년 정도 후에 한번 들러보라고 한다.


현대의학은 정말 놀라웠다. 불구가 될 것 같은 몸을, 20만 원짜리 주사 한방에 정상으로 돌려놓다니. 사실 아직도 힘이 아주 약간 덜 들어가는 느낌은 남아있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나이가 사십이 넘었다. 따라서, 이것을 질병의 영역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노화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그 와중에 아기도 만들었으니 나란 놈은 장하기도 하지.


잔병치레 없고, 감기도 거의 올림픽 개최주기 정도는 돼야 앓는 몸을 타고났으니 감사한 일이다. 그런 나 이상으로 건강하고, 불구의 위기 속에서도 용기를 주는 아내를 또 만났으니 이만한 축복이 또 어딨겠는가.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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