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님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by 포니아빠

내가 음양 로고를 좋아하게 된 건 중학교 때 처음으로 나에게 식스스텝을 알려준 춤 사부님이 준 목걸이 때문인데, 유년시절 좋아했던 강시영화의 컬트한 미감과 합쳐져 일종의 밈처럼 승화된 거였다. 뭔가 좀 있어 보이고 신비스러운 그런 것.


십수년간 변하지 않은 카톡 프사며, 스티커며, 집에 있는 각종 잡다한 물건들에 음양 로고가 있다. 음양 콜렉터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렇게 내 주변인들은 어디서 음양만 보이면 내 생각이 난다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음양로고가 도교 사상에서 파생된 것인걸 알고 나서 도덕경을 읽은 건 20대 초였다. 그때는 그저 ‘도라고 할 수 있는 건 도가 아니다’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만 머릿속에 들어왔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추구해야 할 균형, 마음을 비우고 물 흐르듯 인생을 살아간다’ 정도로 개념화되어 있다. ‘도사님’에서의 ‘도’라는 건 그렇게 세상을 통달한 존재. 내가 추구해야 할 그런 이미지일 뿐이었다.


우연히 도교 사상과 오스트리안 학파의 사상적 유사점에 대해 작성된 글을 읽었다. 오스트리안 학파에서 주장하는 국가의 인위적인 개입을 배격하고 자생적인 질서를 추구하는 것과 도교의 ‘무위자연’은 확실히 닮은 부분이 있다.


오랜만에 낡고 빛바랜 도덕경을 다시 펼쳐본다. 어릴 적 의미도 모르고 대충 훑어보고는 ‘내가 도덕경을 읽었노라’ 했을 때와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