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중노동과 스트레스에 시달린 육신을 달래코저 이른 아침부터 사우나행. 확실히 장사가 좀 되는 사우나는 아직도 세신이 성업 중인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효용이 없다 생각해서 때를 밀지 않은지 십수 년이 흘렀다. 대부분의 사람은 매일 뜨신물이 펑펑 나오는 환경에서 씻으며 사는데, 각질을 불려서 인위적으로 벗겨내는 게 큰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거친 때타올로 몸을 벅벅 미는 게 피부에 좋은지도 모르겠고. 과학적 식견은 없지만, 내 직관은 그렇게 맞추어져 있다.
아마 기분 탓인 것 아닐까. 깨끗해지는 느낌. 피부가 좋아지는 느낌. 그 기분만으로 효용이 있다 하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굳이?’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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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신을 하는 아저씨들의 알몸을 뒤로한 채 샤워를 하는데 외사촌동생 녀석이 생각났다. 외사촌형과 함께 세 남매는 항상 방학이면 외갓집에 맡겨져 함께 먹고자며 생활을 했었다.
평범하거나 약간 하얀 축에 속했던 어린 시절의 나와 사촌형은 상대적으로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사촌동생을 놀리곤 했다. 발가락이 새까맣다며, ‘블랙죠’ 같은 초콜릿 과자를 먹을 때면 봉지에 그려진 까만 아이의 모습을 빗대 놀리기도 했다.
그 사촌동생은 이후 성장하여 매일 때를 미는 여성이 되어버렸다. 오빠들이 어릴 적 놀린 게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그렇게 돼버린 건 아닌가 싶어 물어봤더니, 그 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학창 시절 운동할 때 흘린 땀들이 몸에 쌓이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그리 됐다고 하는데 글쎄, 오빠들에게 원죄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씻을 순 없었다.
요즘은 매일 밀지는 않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로 줄였다고 하는데, 뭘 그렇게까지 하냐 싶지만 본인이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딱히 말릴 이유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