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겪어본 덕질 중 최고봉은 단언컨대 미니카다. 한 박스에 12개 들어있는 모터를 몽땅 사서 전원을 넣어 길들이기 작업을 한 후, 피아노 조율 시 사용하는 ‘파노’라는 수치를 측정, 모터가 내는 소리의 주파수를 측정해 일정 수치를 넘긴 것만 사용한다. 길들이기 작업도 그냥 전원 넣고 돌리는 게 아니라 전용 오일을 넣고 전용 기기를 사용하여 전압별로 돌려가며 전원을 넣는다.
기성품인 미니카 새시(차체)를 자르고, 깎고, 구멍을 뚫어 나사로 고정하고, 스프링을 넣어서 서스펜션을 만든다는 게 상상이 갈지 모르겠다. 그 밖에도 탁상 드릴이나 라이터 오일을 사용한 롤러 길들이기 등등 미니카 고인 물들의 온갖 노하우들이 즐비한, 그야말로 심연이다.
나도 수많은 부품과 공구를 동원해서 여러 가지 차량을 만들어 봤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에끝’이다. 트랙의 끝에 껴서 달린다 해서 붙은 명칭으로 알고 있다. 기성 부품들을 사용해서 여러 가지 가공을 거쳐 가장 빠르게 달리는 차량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로 빠르냐면, 이걸 잡으려면 전용 캐쳐를 쓰거나 두루마리 휴지로 트랙을 막아야 할 정도. 손으로 잡으려 하면 손이 박살 날지도 모르니. 여러 과정이 골 때리는 도전이었지만, 특히 타이어를 얇게 썰어서 겹겹이 올려 만든 대대경 제작은 에끝 제작의 하이라이트로 기억된다.
아내를 만나기 전 대략 2년간은 미니카에 미쳐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는 옥탑에 살았는데, 거실 한편에는 미니카 트랙이 깔려 있었고 수많은 기본킷, 제작차량, 공구와 부품들이 나뒹구는 아지트였다. 그러다 아내를 만나고, 결혼을 계획하면서 점점 미니카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트랙은 해체되어 박스에 담긴 채 혼자 사는 친구 집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내 수많은 킷들과 부품, 공구들은 애물단지가 되어 베란다에 처박혀 있다. 너그러운 아내를 만난 덕에 버려지지 않은 게 다행일지 모르겠다. 요즘도 가끔 친구와 ‘에끝이나 한대 만들까? 나사식 한대 조질까?’ 말은 하는데, 둘 다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생겨버리니 쉽지 않다.
이게 참 재밌는 점은, 차체를 가볍게 만들고 강력한 모터를 사용하면 빠른 차량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쉽다, 튕겨져 나가니 문제지. 아무리 빠른 차도 트랙을 완주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 속도와 안정성의 임계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돈은 돈대로 써가며, 순수 재미를 위해서, FRP 가루를 마셔가며 몇 달씩 차량을 제작하는 그 과정들을 곱씹는다. 임계점을 찾는 과정. 모터 등급을 낮추고 안정성을 취할 수도 있고, 댐퍼 한쌍을 날려버리고 속도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인생을 정복해 나가는 사람도 정도를 가지 않는다거나, 과도한 속도로 달린다면 언젠간 나자빠지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임계점을 찾는 것이다. 내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행복과, 그 행복을 위해 감내해야 할 고통의 임계점은 어디인가. 삶이란 그야말로 균형을 찾는 과정이 아닐까. 이 세상엔 인생의 축소판이라 할만한 게 수없이 있을 테지만, 내가 겪은 것들 중에서는 참 절묘하게 와닿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미니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