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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Dec 04. 2022

엄마의 부캐 탐색전_대학생 편

나도 대학교 갈 거야

"아니~엄마~거기에서 계산하는 게 아니고 이항 해서 계산하라고"

"이항? 그게 뭔데?"

좀 전까지 이항에 대해 설명하고 예시 문제를 풀린 거였다.


엄마와 중학교 수학책을 펼쳐두고 열심히 시험공부를 한다. 생소한 단어가 많은지 엄마가 계속 질문을 던진다. 문제풀이보다 용어설명이 더 길어져 한 문제 푸는데 30분이 걸리는 거다. 처음에는 정말 공들여 설명했는데 계속 못 알아들으니 나중에는 슬쩍 짜증이 나려고 한다. 아~이래서 자기 애는 아니 자기 엄마는 못 가르친다고 하는구나 싶었다.

렇게 설명해도 저렇게 설명해도 도저히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엄마  갑자기  왜 그리 귀엽던지 풋~웃음이 졌다.

엄마가 왜 웃냐며 못 알아듣는다고 비웃는 거냐며 새침하게 묻길래 아니라고 손사래 치며 크게 웃고 말았다. 덩달아 엄마도 같이 웃으며 한참그렇게 깔깔거리며 넘어갔다.

우리의 웃음이 문밖으로 새어나갔는지 뭐그리 재밌는 일이라도 있는지 싶어 거실에 계시던 아빠가 방으로 들어오셨다.

"너끼리 뭐가 그리 재밌노? 나도 같이 웃자~뭔데~"




엄마 아빠는 울진 어촌에서  태어나 공부에 대한 관심이 1도 없이 온 시골 바다를 헤집고 다녔다고 한다.

그때는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중학교도 채 마치지 않고 바닷일부터 배웠다고 한다.

그렇게 시골에서 만나 아이들을 낳고 하얀 백사장을 놀이터 삼아 키우다가 문득 아이들은 더 큰 세상에서 키우자 해서 무턱대 부산으로 왔다고 한다. 평생 바다를 끼고 사셔야 하는 분들이라 그나마 바다가  있는 도시로 터전을 옮긴 것이다.


그래도 제2의 도시 부산 아!


아빠는 작은 고깃배를 타기 시작해 나중에는 원양어선을 타면서 1년은 바다에, 1년은 육지에 나와있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엄마는 미싱을 배워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면서 아이들을 대학교에 보내고 결혼을 시키고 나니 60대가 되어 있더란다.

뭐든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내가 엄마를 존경하는 부분이다)가 이번에는 학교에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




부산에는 머니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예원 중고등학교가 있다.

<부산 예원 중고등학교 홈페이지 사진>


열일 재치고 공부를 시작한 엄마는 밥하면서도 영어 단어장을 놓지 않았고, 중학교 수학교재를 다 닳도록 풀고 또 풀었다. 암기과목 시간에 내어주는 프린트들을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외우면서 정말 우등생들이 늘 하는 말처럼 학교 교재, 수업만 열심히 했어요 였다.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머리를 쥐어짠 결과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특별전형으로 합격하게 되었다.


대학 합격증을 받은 엄마는 어린 친구들과 수업 하려면 옷 젊게 입어야 한다며 우리를 데리고 백화점도 가고 머리도 새롭게 단장했다.

입학해서는 향학열을 불태우며 두꺼운 대학교재들을 다 구였다. 무거운 교재를 굳이 옆구리에  끼고 학교를 다니던 엄마는 1학기를 마치고 큰 결심을 한 듯 말했다.

" 대학교 공부는 와 이리 어렵노, 마~휴학할란다~"



그렇게 엄마는  지금까지도 대학생의 신분이다.

만년 휴학생인 것이다.

가방끈을 좀 길게 늘어뜨린 엄마는 또 다른 것에 눈을 돌리며 이번엔 좀 배워볼까~ 하신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예원중고등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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