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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Dec 05. 2022

마음의 눈으로만 보아야 예쁘다

어여쁜 못난이


"어머~ 애들이 엄마 아빠를 안 닮았네~"

집에 놀러 오는 부모님의 지인들이 하나같이 똑같이 하는 말에 엄마는 빙그레 웃으며

 "왜~얼마나 이쁜데~".

누가 우리 집을 찾아올 때면 근처 지나가는 어르신께 엄마 아빠에 대한 대략의 정보를 말하고 딸 둘 있는 집 어디냐고 물으면 "아~못난이네~"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렇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동네에서 못난이네로 통했다.

윗동네의 박씨네 예쁜 막내딸과 아랫동네의 안씨네 잘생긴 셋째 아들이 눈 맞아 결혼해서 낳은 아이들이라 다들 내심 기대가 컸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아이들이 짠~ 1년 간격으로 태어난 것이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나와 여동생은 분명 다르게 생긴 것 같은데 주위에서는 쌍둥이 같다고 한다.

못난이 쌍둥이.

못난이네 엄마 아빠는 남들이 뭐라 해도 우리가 너무 사랑스러워 물고 빨았다고 한다.

아.. 이쯤 되면 엄마 아빠의 외모가 의심되기도 하겠다.

엄마 아빠의 (아름다울)유전자는 6년 뒤에 태어난 막내 동생에게 몰빵 되었다.

막내인 남동생은 잘 깎아놓은 밤톨마냥 반듯하여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 번씩 쓰다듬으며 "아구야~ 어쩜 이리 잘생겼노~" 하면서 사탕도 쥐어주고 인형도 안겨 주었다.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있는 동생이었다.



하도 어릴 때부터 못난이 소리를 듣고 자란 터라 나는 못생겼다고 생각하며  움츠러들었던 건 사실이다.  

나중에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들  참~ 착하게 생겼어요~라고 인사를 하는데 이건 꼭  너 예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점점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내향적인 성격이 되면서  스스로를 책으로 이끌었다. 책 속의 인물들은 나를 보지 않고 내가 온전히 그들 속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싸 책을 너무 봐서인지 시력이 나빠져서 안경을 쓰게 되었다. 쓰면 눈이 콩알만 해지는 마법 같은 안경을 말이다. 못난이의 위상이 더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못난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서 도서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도서부는  외향성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토론은 얼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읽고 분석하고, 또박또박 의견을 말하는 나는 흡사 똘똘이 스머프 같다고 생각했고 그 스머프는 계속 얘기가 하고 싶어 졌었다.


그 당시 여러 학교에서 토론회를 개최했었고, 우리는 반듯하게 교복을 다려 입고 학교 대표로 당당하게 토론회를 다녔다. 각국 정상 회의하듯 각 학교의 도서부원들이 각자 다른 테이블에 나눠 앉아 자기 학교 이름을 걸고 책에 대해 토론을 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 시절이 그리운 거 보면  그때부터  스스로를  좀 괜찮게 여겼던 것 같다.  

그 생각에 불을 지펴 나의 자존감을 끌어올린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역시 로맨스물 되시겠다.


토론회를 다니다 보면 여러 번 마주치게 되는 학생들이 있어 나중에는 통성명하며 편지를 주고받곤 했다.

(그때는 휴대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이라 편지가 설레는 마음을 싣고)

그 학생들 중에 키 크고 잘생긴 (그 당시에는 그래 보였다,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인 것처럼) 남학생 한 명이 있었는데 여럿 여학생들과 함께 그 남학생을 남몰래 흠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남학생이 대뜸 나에게 고백을 하는 게 아닌가. 좋아한다고.

어리둥절한 나는 왜 나를 좋아하냐고, "주위에 예쁜 애들 많은데 왜?"라고 물으니 "마음의 눈으로 보면 그 애들보다 네가 더 예뻐, "라고 하는데 하~ 이 녀석 더 괜찮네~싶었다.


그때부터였다. 사람들이 마음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그리고 나도 충분히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곱디 고운 사람이라는 것을.

못난이도 예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나의 자존감을 한껏 올려준 남자 친구는 훗날 내 결혼식에 축의금 대신 사회를 봐주게 된다.

언니 하면서 나를 잘 따르던 친구 와이프와 (나에게 본인이 애정 하는 공룡인형도 선뜻 내주던 )친구 아이와 함께 와서 내 앞날을 축복해주었다.

지금도 30년 지기 친구로 지내며 가끔 만나면 아직까지도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을 술안주 삼아 얘기한다.

어느새 둘 다 진한 주름을 가진 중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근사하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사진출처: 유미의 세포들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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