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메뉴_베이컨 숙주볶음
3주 동안 휴가를 즐긴 대가로 폭풍 마감을 맞았다. 8월의 반을 백수로 보내고 나니 왜 이렇게 일하기가 싫은지. 직장인이었다면 벌써 근무태만으로 잘리고 말았을 것 같다. 그래도 클라이언트 전화는 꼬박꼬박 이어져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열흘간을 한 달처럼 살았다. 이메일 전송 버튼을 누르고 업로드되는 파일을 지켜보면서, 클라이언트와 마지막 통화까지 마치고 나니 온 몸은 식은땀으로 촉촉이 젖어있었다. 찝찝한 몸뚱이 었지만 분명 상쾌한 기분이었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집 앞 슈퍼에서 맥주 한 병을 사왔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시원해지길 기다렸다. 그 사이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오니 뿌듯하기까지 하다. 아! 좋았어! 안주를 만들어야지. 냉장고를 뒤적여보니 유통기한을 기다리는 먹다 남은 베이컨과 세일할 때 사다 놓은 숙주 한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 다이어트한답시고 가져온 양배추도 꽤나 오랫동안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 공유할 두 번째 레시피는 <베이컨 숙주볶음>
술은 잘 못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집에서 먹는 맥주는 좋다. 술 맛 몰라도 시원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나름 지루한 삶에서의 소소한 행복이다. 고독한 미식가였던가 일본 드라마에서 돼지고기 숙주볶음을 폰즈소스에 찍어먹는 걸 보고 몇 번 따라해 봤지만 나는 한국인이었더라. 그냥 진간장이 좋다. 그렇게 완성된 베이컨 숙주볶음. 야들야들하고 짭짤한 베이컨에 아삭한 숙주의 조화과 꽤 괜찮다. 베이컨이 숙주에 비해 적은 듯하지만 베이컨이 많았으면 조금 느끼할 뻔했다. 양배추는 다이어트를 위해 샀지만 잘 안 먹게 된다. 야채를 볶을 때 함께 넣어주면 단맛도 살려주고 포만감도 더해준다. 간이 짤 때 양배추를 추가하면 좀 나아지기도 하니 여러 가지로 잘 쓰이는 것 같다.
맥주 한 잔(이라고 쓰고 한 병이라고 읽지)과 함께해도 좋다. 밥 반찬으로도 좋다. 야채가 듬뿍 들어가 죄책감도 적다. 마땅한 메인 반찬이 없을 때 주로 먹는다. 찌개보다는 국이랑 더 잘 맞는 것 같다. 시간 없을 때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전천후 레시피다.
(1인분 기준) 마트표 숙주 반 봉지, 양배추 숙주보다 좀 적게. 마늘 한 톨, 베이컨 3줄, 취양 껏 야채 추가 가능
양념> 백종원표 맛간장! (없다면 간장, 설탕을 베이스로 하고 굴소스로 간해도 좋다.)
**양배추는 조금만 잘라도 양이 많아보이니 숙주의 양과 얼추 비슷하게 해 줍니다. 너무 많이 넣으면 양배추 볶음이 되어버리겠죠. 숙주의 아삭한 식감이 주인공이니 숙주보다 조금 모자라게 넣어주세요.**
1. 야채는 잘 씻어서 손질한다. 양배추는 채 썰고 숙주는 갈변한 부분만 뚝뚝 잘라서 마늘은 다져서 준비.
2.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마늘을 볶는다. (불은 중약불 유지. 마늘이 타 버립니다!)
3. 마늘향이 올라올 때쯤 베이컨을 투척. 베이컨은 쪼그라드는 걸 감안해 큼직하게 잘라 넣는다.
4. 베이컨이 대충 익으면 양배추를 넣고 뒤적뒤적해준다.
5. 양배추 색이 투명해 지면 숙주를 전부 넣는다.
6. 백종원아저씨 표 맛간장을 두 술(밥 숟가락 기준) 넣는다. 없다면 간장 1& 1/2술, 설탕 1/2술
7. 센 불에서 휘릭 볶아 양념이 골고루 퍼지게 한다.
조리시간 총 10분.
모든 재료는 냉장고 출처. 구입시 숙주 1000원, 양배추 900원, 베이컨 2700원(가장 작은 포장을 세일할 때). 총 4600원으로 두 번 해먹을 양이 나옵니다. 양배추는 그래도 남으니 물에 쪄서 쌈장 찍어먹기.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1인 레시피입니다. 일반 레시피와 다른 점은 사실 없어요. 그냥 직접 만든 대로 공유합니다. 손은 작지만 뱃고래는 큰 20대 여자 사람의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