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학교가 필요해 3 [인생학교]

시간여행자의 졸업식

시간여행자 인생학교를

. 업. 하. 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아이처럼 개울가에 발을 담근다는 것
오미자 술을 마신다는 것
종이비행기를 날린다는 것
씻지 않은 사과를 슥슥 문질러 베어 문다는 것
커다란 사과를 사람 손으로 쪼개 나누어 먹는다는 것
맨발로 잔디를 밟아 그 폭신함을 느낀다는 것
아이처럼 물장난 치며 물수제비 뜬다는 것
커피 없이도 온전한 정신일 수 있다는 것
입사귀로 가득 채워진 조각하늘을 본다는 것
나무 그늘 아래 쪽의자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는 것
공동 샤워실을 쓴다는 것
그래서 하고 싶은 샤워를 참았다 다음 날로 미룬다는 것
서로의 이불을 펴주며 벗은 얼굴로 마주하는 것
담요로 미처 못 싸맨 발목만 수 없이 모기에 쏘인다는 것
모닥불에 둘러쌓아 사람으로 큰 원을 만드는 것
까만 어둠 속에 라이브 재즈음악을 듣는다는 것
내 앞 연주자의 숨소리를 듣는다는 것
그 속에서 가만히 눈 감는다는 것
알코올 없이 야외에서 구운 고기를 먹는다는 것
술 없이도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남은 고기와 묵은지, 식은 밥을 섞어 볶아 먹는다는 것
그 지글거리는 볶음밥 앞, 침을 꼴깍 삼기며 수저 들고 서 있는다는 것
벗어나 온통 어둠인 까만 도로를 걷는다는 것
멈춰 서서 자연과 사람을 느낀다는 것
야생동물을 쫓는 공포탄 소리를 아련히 듣는다는 것
혼자 산에 올라 정경을 내려다보는 것
그러다 문득 외로워지는 것
그러다 다시 빙그레 혼자 웃는 것
무엇보다 나를 마주한다는 것
무엇보다 기억에 새긴다는 것
무엇보다 사람을 담는다는 것
무엇보다 한 뼘 자랐다는 것

그 무엇보다 내 거친 인생에 부드러운 기억 한 가지 더 얹은 것
더라이프스쿨의 교실
이 그림같은 곳이 우리의 교실이었지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니 아마 내게는 4개쯤의 서로 다른 자아가 있는 듯하다.

어른들을 위한 학교 인생학교에서 나는 그 서로 다른 자아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다.

어떤 이는 내게 한참이나 나오지 않던 녀석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꽤 오랫동안 한 모습의 자아로만 살고 있었다.


나의 한 자아는 정말 쾌활하고 적극적인 자아이다.

항상 먼저 다가가고 연결한다.

돕고 성장하고 준비하고 함께한다.

나는 이 자아로 사람들 모두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그들 모두를 담아 기억하고 싶었기에.


여기 모인 분들 모두와 사진을 찍으려고요
저랑 셀카 한 장만 같이 찍어 주세요^^
(찰칵 찰칵)

나의 이 적극적인 자아를 사용해 짧은 3일 동안 사람들에게 다가가 셀카 한 장씩을 찍었다.

모두 다는 아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나의 다른 한 자아는 조용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낯선 것을 가리는 자아이다.

내가 모두를 셀카에 담지 못한 것은 이 두 자아가 2박 3일 내내 공존했기 때문이다. 조용한 자아를 만날 때면 나는 혼자 산에 올라 가만히 오두막 앞에서 앉아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꿩에 혼자 보기 아쉬울 정도로 놀랬었다. 오두막 앞 거친 풀을 치우려 안감힘을 쓰는 모습 역시 혼자 보기엔 아까운 명장면이었다.



숨소리가 들릴만큼 가까운 연주가의 악기 소리를 듣다가 사람들을 피해 따뜻한 방으로 들어갔다.

추운 몸을 녹이며
추운 마음을 보살피며

이렇게 혼자 있다가 모닥불을 피우는 하이라이트를 놓치기도 했다.

모닥불은 최고의 흥분제이다
모닥불은 최고의 조명발이다


바깥세상은 내게 말한다.

한 모습으로만 살아라. 바른 모습으로만 살아라. 세상의 기준대로 성공해라. 안주하지 말고 뛰어라. 더 노력해라. 아직도 멀었다. 희생해라. 의무를 다하고 책임져라. 너의 몫을 다해라. 튀지 말고 순응해라.

아이러니하게도 그 세상은 내게 이렇게도 말한다.

다양성이 우수함이다. 너 정도면 됐다. 이미 잘하고 있다. 뭐가 부족해서 딴생각이냐. 배가 불렀고만. 인생은 한 번이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니 이름으로 살아라. 사업을 해라. 창의적이어라.


그러고 보니 자아가 2개인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세상 너도 그렇잖아!
서로 다른 2개잖아!


도심을 벗어나 원래 내가 입고 있던 옷을 잠시 벗어냈다.


어른들을 위한 인생학교에 와서 좋은 것은

내 안의 서로 다른 나를 자주 만날 수 있어서였다.


원래 살던 곳에 있으면
자꾸 한 모습의 자아로만 살게 된다.


힘센 자아가 자꾸 다른 자아들을 못살게 군다.

그렇게 내 다른 자아가 영원히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그러다가 죽은 듯이 사라지도록


그리고 어느새 그런 다른 것이 존재했는지 조차 모르고 살게 된다.


흔히들 흔하게 말한다.

내면의 목소리, 그것을 들으라고 말이다.

그 목소리가 시키는 일을 해라,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해라. 번지르한 윤기의 이런 고운 말을 듣노라면


이런 거 식상해...


그럼 이것은 어떤가?

내게 존재하는 서로 다른 자아가 내는 목소리, 그것이 내면의 목소리이다.

너무 정해진 한 모습으로만 살지 않도록
내가 주로 살고 있는 한 모습이
다른 자아를 그만 못살게 굴도록

그렇게 다른 자아가 영원히 다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소리...
그것이 내면의 목소리라고 말이다.


나는 원래 한 가지 모습이 아니다.


자꾸 한 가지 바른 모습으로 살려다 보니 자꾸 고장이 나는 건 아닐까?


내 여러 자아가 한꺼번에 표출되면

그것은 정신분열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만

여러 자아가
번갈아 나오지 않는 것 또한
또 다른 병이 아닐까

내 안의 다른 목소리가 일부러 차단된

극도의 치우침 상태.


원래 모든 사람은

그중에서도 나란 사람은 참 다양한 존재이다.

원래 그렇다.

모두 그렇다.


온전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여러 자아를 번갈아 살며 그렇게 살고 싶다.

인생학교를 수료한다는 것 끝내주는 경험이다
이보다 더 어메이징한 핵심가치 나와보라 그래
인생이란 뭘까
나 잘 살고 있는 걸까


이 질문들은 나를 멈춰 세우곤 했다.

시속 200킬로로 달리다가 이렇게 급정거를 하다 보면 도로 표면에 타이어가 까맣게 그을리듯 그렇게 몸도 마음도 탈이 났다. 그을린 까만 타이어처럼 아주 검은 슬럼프안으로 기어 들어가기도 했다.


인생이란 것 게다가 남의 인생도 아닌 나의 인생을 배울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학교에서?


어른들을 위한 인생학교 더라이프 스쿨을 졸업하며 나는 알 수 있었다.

왜 이것이 인생학교였는지.

무엇이 라이프이고 무엇이 스쿨인지.

그렇게 내 삶의 결을 하나 만들고 돌아왔다.

내가 원래 속해진 나의 디폴트 월드로.


나무가 나이테를 만들듯 인간도 그만의 결이 있다. 그렇게 인간이 그리는 무늬가 쌓여 나를 이루고 삶을 꾸리게 된다. 1학년을 졸업하고 내년이면 2학년으로 더라이프 스쿨에 재입학하게 되겠지. 내년에는 어떤 모습의 신입생들이 들어올까? 우리 반 급우들은 1년의 시간 동안 어떤 모습으로 각자의 결을 만들었을까?


사람 관계 연결

신비감 감각 친밀감


이것이 라이프 스쿨의 인생과 학교의 비밀이다.


더라이프 스쿨 스토리 연재는 매년 계속됩니다.

내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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