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놓친 버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코 앞에서 닫혀 버린 지하철이 더 아쉽다

눈 앞에서 버스를 놓칠 때가 있다
코 앞에서 지하철 문이 다칠 때가 있다

신기한 것은 눈 앞에서 코 앞에서 놓친

그것이 더 아깝다는 것이다

분명히 저 앞에서 놓치건 바로 내 눈 앞에서 놓치건

결과는 똑같은데도 말이다. 그냥 놓친거다.

그런데 왜 손에 잡힐 듯 마치 올라탈 수 있었을 듯

놓친것은 미치도록 아깝고 좀 더 빨리 뛰지 못한 내가

내 속도를 느리게 만든 그 장애물이 그토록 원망스러운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눈 앞에서 내 코 앞에서 놓칠 정도로

내가 너무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끔은 너무 열심히 뛰지말자

코 앞에서 문이 닫혔을 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허탈감을 그 후회를 그 원망을 오로지 내가 안고 가야 하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가끔은 그냥 한참 저 멀리서

열차가 떠니도록 버스가 나 없이 그냥 출발하도록 내버려 두자

그래도 된다 가끔은 그래도 된다

너무 열심히 뛰었다

가끔은 그저 나를 태우지 않고 떠나는 저 버스의

뒷모습을 봐도 된다

신기한 것은 정말 신기한 것은 그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점은 이것이다

그렇게 그 버스를 보냈지만

그 지하철이 가버렸지만

어느새 내 눈 앞에 그 다음 버스가 도착했다는 것


이제 그것을 타면 된다

하도 뛰어서 턱까지 차오른 헐떡거림 없이

뛰느라 못나게 헝크러진 머리와 망가진 옷매무새 없이

그저 차분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것에 올라타면 된다


오늘 내 옆을 스쳐지나간 내가 타야할 버스를

그래서 나는 그냥 흘려보냈다

뛰기 싫어서 그리고 만약 열심히 뛰었지만 무정히 내 눈 앞에서 문을 닫고 떠나버릴 그 상황을 보기가 싫어서 말이다

이렇게 뛰지 않은 날은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버스가 한참 밍기적거리다가 출발하곤 한다

'뛸 걸 그랬나, 뛰면 탈 수 있었겠다'

못내 이런 마음이 들더라도 그 마지막 유혹을 이겨내자


버스야 그냥 가라
그냥 나 없이 가라
나는 그냥 다음 버스 탈께
그래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음 버스가 왔고 나는 아주 가볍게 그것에 올라탔다

어쩌면 오늘 아침의 이 작은 단상이 우리 삶하고도 많이 닮은것 같다

버스는 또 온다

가끔은 멈춰서서 그것을 내가 탈 수 있을 것 같은

그것을 그냥 보내버리자


버스는 또 오고

사실 아주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