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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의 기술 이은영 Dec 20. 2016

부적응자가 되는 것의 아름다움

테드 읽어주는 여자, GLAM 이은영


세계 지식의 향연인 메인 TED 무대에 선 작가가 있다며 그녀는 매우 성공한 그리고 유명한 사람일 것이다. 리디아 유크나비치(Lidia Yuknavitch). 그 성공한 작가의 테드 강의 주제는 다름 아닌 부적응자가 되는 것의 아름다움(The beauty of being a misfit)이다. 부적응자가 되는 것의 아름다움이라...

가만히 강연 주제를 꼽십는다.

보통 부적응자가 된다는 외로움, 괴로움과 같이 부적응은 세상 음지의 어두운 단어로 쓰여왔기 때문이다. 사실 부적응자와 아름답다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어색한 단어의 조합이지 않은가?


그녀는 말한다.


"실패하는 순간에도, 당신은 아름다워요. 아직은 모르시겠지만, 여러분에게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탄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그게 아름다운 거예요."


폭력 가정에서 자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결혼에 2번이나 실패하고, 감옥에 가고, 마약에 손을 대고, 태어나자마자 어린 딸을 잃은 리디아는 노숙자 생활까지 하게 된다. 누가 보아도 적응과는 거리가 먼 굴곡이 짙게 드리운 그녀의 삶. 리디아는 자신의 삶 자체가 아주 오랜 기간 부적응자였다고 했다. 그랬기에 본인의 단편 이야기가 엄청난 문학상을 탔다는 소식에도 그녀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기뻐하기는커녕 그동안 자신이 인생을 망쳐왔던 과정들을 생각했다.


내가 누구라고 뉴욕에 가서 유명한 출판사와 에이전트들을 만나며 작가인 척하겠어?


그녀는 대단한 것을 다루는 테드 무대에서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며 이 단어를 꺼내 내밀었다. ‘부적응자(misfit)’. 단 한 단어로 설명이 될 정도로 사소한 단어.


부적응자들은 무엇을 바라거나 ‘네’라고 대답하거나 큰 결정을 내리는 법을 잘 모른다. 좋은 것을 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또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들과 한 방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공인된 부적응자라 말하는 한 여자가 담담히 입을 뗀다.


"부적응자는 적응하는 것을 놓친 사람이라는 뜻으로 적응을 제대로 못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새로운 상황이나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란 뜻입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들 중 부적응자가 아닌 존재가 있을까?


멀쩡히 잘만 다니던 회사에서 뚝 떨어져 나온 느낌.

어제까지 사랑을 노래하던 연인에게서 완전히 분리된 오늘.

가족이 남보다 못하게 느껴지는 어느 날.

내 맘처럼 가까웠던 사람들의 변화 그리고 낯 섬.

예고편 같은 거친 소용돌이의 시그널.


우리 모두는 어쩌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또 적응하는 것 자체를 놓친 부적응자 일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강연이 2016년 올해의 TED 스피치로 꼽힌 것은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부적응자이자 실패할 수 있지만 그녀는 인생의 가장 깊은 수렁으로 들어간 그 순간조차 당신이 아름답다고 읊조린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탄생시킬 수 있는 존재가 ‘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라와 문화에서는 자신을 꿈을 좇는 마을의 밝은 별로 빛나는 신화가 있다. 보통 이를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녀는 밑바닥이나 곁가지에 존재하는 '부적응자의 신화(misfit’s journey)'를 선호한다 말했다. 그 신화의 내용이 바로 부적응자의 아름다움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의 순간에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탄생할 수 있기에 아름다운 나라는 존재. 누구보다 부적응자의 고통과 번뇌 속에서 긴 시간을 보냈던 그녀는 어두운 집에서 속옷만 입고 앉아 있을 때면 어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당신의 입을 막거나 이야기를 바꾸려는 사람들 말은 듣지 말아요."

"당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요."

"가끔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당신의 삶을 구원할 거예요."


그녀는 말한다.

제가 여러분께 해드릴 말은 여러분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거예요. 여러분의 이야기는 들을 가치가 있어요. 왜냐하면 여러분, 드물고 경이로운 부적응자 새로운 종족으로서 여러분은 이 방에서 여러 분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요.


강의를 마치며 그녀는 자신이 그 이야기를 들어주겠노라 말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


"제가 들어드릴게요"


우리 주변에 생겨난 엄청난 커피숍의 숫자는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크게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LTE 가입자의 수가 2000만을 넘은 2011년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셔할 정도로 커피숍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발달된 통신 수단과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 종일 말하는 대화의 홍수 속에서는 사람들은 일대일로 연결되어 있지만 무엇인가를 놓친 듯하다.


상대의 표정을 본다는 것.

보이지 않는 잡음이 아닌 상대와 내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노이즈 속에서 대화한다는 것.

온전한 내 느낌과 호흡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왠지 그녀가 들어준다는 잔잔한 말은

그녀의 바쁜 짬을 내어 잠시 동안, 정신없는 일과 중 쉬는 시간에 카톡으로 메신저로 잡음이 있는 채로 가 아니게 느껴졌다.

불완전하기에 불완전한 내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줄 것 같은 느낌.


분명 어제까지 또렷했던 내 평범한 일상이 희미해질 때가 있다. 희미하다 못해 덜컥 정전이 된 것처럼 암흑 속에 묻힐 때가 있다. 분명 내가 완벽히 적응했다고 생각한 곳에서 철저한 부적응자가 된 나를 마주하는 날이 있다.


그렇기에 부적응자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듯 잔잔한 목소리로 전한 그녀의 강의는 “제가 들어드릴게요”라는 속삭임은 그저 아름다웠다.


유독 흑백 영화같이 침침한 어느 날 리디아가 색을 뿌려주었고 그 날은 참 아름다웠다.



리디아 유크나비치(Lidia Yuknavitch) TED 강의 듣기

http://www.ted.com/talks/lidia_yuknavitch_the_beauty_of_being_a_misf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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