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라라 소소

어딘가에 있을 그날들

- 라라 소소 83

by Chiara 라라

며칠 전 단톡방에 식당 링크가 하나 올라왔다. 다들 맛있어 보인다며 다음에 만나면 가자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나는 내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늘 따라다니는 편이라 링크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대충 호응했다. 그러다 우연히 클릭을 잘못해서 들어갔는데 작은 사진 속 식당의 외관이 낯설지가 않았다. 커튼이 포인트처럼 달려있고 아담한 가정집처럼 생긴 식당. 식당 이름도 제대로 쓰여 있지 않고 간판도 없는 작은 식당. 금요일과 토요일은 문을 열지 않고,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조로롱 줄을 서 있던 식당. 메뉴는 단 두 개였고 맛이 정갈했던 식당. 한 명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다른 한 명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던 두 명의 여자 사장님이 함께 손님을 맞고 요리를 하고 음식을 내오던 식당. 그날그날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고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데 저녁에는 늘 문이 닫혀 있던 식당. 아침 겸 점심, 혹은 점심 겸 저녁을 먹을 수 있었던 식당. 언니가 좋아하던 식당이었다.


언니가 살던 곳과 식당은 꽤 멀어서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일부러 시간 내서 언니 혼자라도 찾아가곤 했는데, 그 두세 번 중 한 번쯤은 나에게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곤 했었다. 보통은 수요일이나 목요일 낮에 갔었고 조금 늦어져 식사를 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언니는 정말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에는 조금 더 빨리 오자고 말하곤 했다. 언니와 더 일찍 만난 적은 없다.




언니의 첫 번째 기일이다. 일 년이 지났다.


언니를 잊고 지내지는 않는데 이 식당은 잊고 지냈다. 베이글을 좋아하는 나를 데리고 갔던 숨겨진 베이글 맛집들은 한 번씩밖에 안 간 곳이어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의 기준으로 언니를 생각하고 기억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언니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작은 식당을 툭하고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언니는 장난을 좋아하기도 했으니까.


혼자서 가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누구와 같이 가고 싶지도 않다. 우르르 몰려가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그냥 기억만 해야겠다. 어딘가에 있을 그날들에 찍은 음식 사진을 찾아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러다가 언니의 웃는 얼굴이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덤덤하거나 좋아할 수 있을지, 나는 자신이 없다.


또 다른 일 년은 빠르게 지나갈 것이고 내년에 또다시 돌아올 6월에도 몸은 지금처럼 콕콕콕 아플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과 통증은 아주아주 느리게 지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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