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 소소 82
“요즘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나요?”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난 요즘 어떤가,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하나, 돌아보았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난 왜 이러고 살고 있나.’
이다. 세상에, 왜 이러고 살고 있나, 라니. 정말 별로인 대답 같다. 왜 이러고 살긴,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 이러고 살고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건, 지금이 6월이라서이다. 2025년의 6월. 6월이라고 하면 2025년이 시작하고도 벌써 절반이 되어간다는 의미이다. 좋게 말한다면 2025년이 아직도 절반이나 더 남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올해 한 게 거의 없으니 좋게 말하기가 힘들다.
일 년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것 같다. 아니 노력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고 스케줄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년째 접어들면서 기가 조금 죽고, 약간 게을러졌다. 여전히 손에 쥐고 있는 건 없었다. 삼 년째인 지금, 자꾸 핑계를 만들려는 내 모습을 자주 발견한다. 이대로 그만두어야 하나. 나의 욕심에 불과했던 거란 말인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잘하는 일이 있다.
하고 싶은 일도 잘하는 일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겠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존중한다.
그럼에도 주변의 사람들 대부분은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들에게 이 둘은 다르다고 말한다. 잘하는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하기 싫어지기도 하고, 돈을 잘 벌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동일하면 먹고살기 편안한 미래가 보일까.
건축을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설계에 관심이 많고 학부생일 때에도 설계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에도 나는 설계가 좋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잘하지는 못했다. 잘하는 사람, 설계에 감각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었고 그게 눈에 보였다. 물론 제대로 된 설계사무실에서 일하면 그게 조금씩 빛을 발하기도 한다. 보잘것없고 설계보다는 다른 업무를 주로 하는 사무실에서는 쓸모가 없지만 말이다. 하고 싶은 건축을 계속하려면 건강해야 했다. 난 건강하지 못했고, 첫 번째 수술 후 건축을 접었다.
선생님이 장래 희망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예상외로 가르치는 데 재능이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이끄는데 어려움이 별로 없었다. 건축을 접고 엉뚱하게도 새롭게 발을 들인 어학원에서 난 빛이 났다. 해외 유학파 선생님들도 많았는데 내가 선임 강사가 되고 교수부장이 되고 교수부 팀장이 되었다. 어학원에서의 일상은 일반 직장인들의 규칙적인 생활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규칙적이지 못한 생활과 스트레스는 건강을 다시 예전처럼 안 좋게 되돌려 놓았다.
어린 학생들이나 성인 학생들이나, 원하는 이들을 가르치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며 이끌어 주는 게 좋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놀이를 하는 게 좋다.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확장하며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무엇보다도 나는 글을 쓰는 게 좋다. 소설을 쓴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좋아하는 걸 한꺼번에 하기에 하루라는 24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체력도 따라주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상반기를 지나고 있고, 제대로 공모전에 응모하거나 마음에 들게 마감을 하지도 못하고 있으니 ‘난 왜 이러고 살고 있나.’ 싶을 수밖에. 게다가 통장을 두 번이나 깼는데도 생활에 허덕이고 있어서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없는 거면서 하루를, 일주일을, 또 한 달을 생활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핑계를 대려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