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 소소 81
그 전날 나는 오빠한테 화가 난 걸 괜히 엄마한테 틱틱거리는 카톡을 보냈었다.
엄마한테 아침 11시 조금 넘어 카톡이 왔다. 투표를 하러 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한참 기다렸고, 이제는 모임에 가는 중이라고 하셨다. 나는 다들 아침 먹고 나와서 사람이 많았나 보다며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고 3시쯤 답을 보냈다. 5시 넘어서는 모임 끝나고 수원집으로 바로 가시는 건지 서울에서 저녁을 드시고 출발하실 건지 여쭤보는 톡을 보냈다. 전에 보낸 톡의 1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친구와 함께 있거나 외부에 있으면 핸드폰을 자주 확인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려니 했다. 모임이 끝나고 전철을 타면 확인하시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8시에 들어가 봐도 톡의 1들은 없어지지 않았고, 확인이 조금 늦나 보다 생각했다. 10시에도 1들은 없어지지 않았다. 혹시 피곤하셔서 일찍 잠드셨을 수도 있으니, 엄마를 부르는 한마디만 남겨 놓았다. 아직 주무시지 않으면 답을 남기시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11시가 되어도 12시가 넘어도 새벽 5시가 되어도 엄마는 카톡을 확인하지 않으셨다. 첫 톡을 받고 12시간이 지난 저녁 11시가 되었을 때부터 불안감이 몰려왔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리신 걸까, 카톡에 문제가 있는 걸까, 지금 어디에 계시는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도 카톡 확인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한 되도록 자기 전에는 한번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꼭 필요한 건 늦더라도 답 톡을 남기곤 한다.
잠을 설쳤다.
엄마가 수원집에 잘 도착하셨는지, 주무시고 계신 건지, 오빠에게 연락해 볼까 싶었는데 괜히 아무 일도 아닌 걸로 한밤중에 연락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전날에 오빠가 한 말에 나는 아직도 상처를 받았고 화가 난 상태였기에 더 먼저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오빠는 나의 이런 상태를 알지 못한다. 나는 허허거리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고 그 뒤에 점점 더 화가 나서 엄마한테 괜한 카톡을 보냈던 거니까. 사실 무슨 일이 있었으면 진작에 연락이 왔을 거다. 그런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엄마는 왜 카톡을 열두 시간이 넘게 확인하지 않으시는 걸까.
학교 앞에서 조카들의 등원을 보고 엄마가 다시 집에 도착했을 시간쯤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당연하게도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았고, 나는 날이 선 목소리로 무슨 일 있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엄마는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카톡을 왜 확인하지 않냐는 나의 말에 어제 카톡 하지 않았냐고, 확인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1이 없어지지 않았고 엄마와 계속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데 내가 걱정하지 않겠냐며 다다다다 쏘아붙였다. 엄마가 요즘 카톡 확인을 자꾸 잘 못 하는 게 카톡 알람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는 아닌지 알람으로 해 놓으라고 말했다. 카톡, 하고 소리가 나는 게 알람을 켜 놓은 건데 전에는 소리로 해 놓으면 카톡 알람이 들렸었다고 덧붙이며, 혼자서 또 마구 얘기했다. 엄마는 오히려 나에게 무슨 일 있냐고 되물었다. 나는 연락이 안 되니까 그렇지,라고 한 번 더 말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먼저 끊지는 않았지만 나의 일방적인 종료나 다름없었다.
아무 일이 없었으면 된 거지, 그걸 확인했으면 다행이고 안심인 거지 나는 왜 그렇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낸 건지, 마음이 불편했다. 이건 아마도 오빠와의 일에서부터 비롯된 감정일 듯했다. 오빠는 엄마 아들이고, 오빠는 엄마를 많이 닮았고, 둘은 비슷하다. 쌍둥이 조카들을 돌봐주기 위해 평일을 오빠네 식구들과 함께 지내는 엄마니까 내가 화가 났던 오빠의 그 생각이 엄마와도 비슷할 거라고 어림짐작 하기도 했을 거다. 그거와는 상관없이 엄마가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예전의 엄마와는 다르게 정말로 조금씩 기억이 흐려지고 반응이나 행동이 느려져 가는 게 싫은 것 같기도 하다. 점점 약해지는 엄마를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엄마는 오늘보다 내일, 더 약해질 거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나이가 들 거고 기억은 점차 섞일 거다. 오빠는 아내가 있고 쌍둥이 아들들이 있다. 식구를 우선 돌보겠지. 나는 혼자 살고 있다. 엄마가 여태 나를 돌보아주고 이끌어 주었다면, 이제는 내가 엄마를 돌보고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거다. 그래야 할 거다. 그러니까 괜히 성질내지 말고, 버럭 화부터 내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인내해야 한다.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정해야 한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엄마 딸이다.
엄마는 소중하다. 소중할수록 더욱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