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날 수 없음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 라라 소소 113

by Chiara 라라

좋아하는 영화는 여러 번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걸 발견하기도 하고, 더 깊어지기도 하는 게 다시 봄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좋아하는 책을 다시 읽고 또다시 읽는 것의 매력과 비슷하면서도 확연한 차이가 나는 이 중독성. 살아 숨 쉬는 인물과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이 가진 묘한 아름다움과 슬픔. 그 안에서 슬그머니 올라오는 벗어날 수 없음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오래전에 상영했던 영화의 재개봉이 몇 해 전부터 자주 눈에 들어온다. 좋아하던 영화가 있고 못 봤던 영화도 있다. 봤지만 다시 보려는 의지가 별로 생기지 않는 영화도 있고 고전이라고 불리는데 내가 그 정도의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터라 시간이 지났으니 한번 더 보며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상영하고 있다. 새로 개봉한 영화에는 크게 관심이 들지 않고 오히려 재개봉 영화를 유심히 둘러볼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처럼 마음에 들면 고민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극장을 찾게 되지는 않는다. 마음으로 접근성이 떨어졌다. 물론 부담스러운 금액의 티켓 가격도 극장 출동을 방해하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재개봉이라고 하면 예전에 개봉했던 영화 중 보통은 인기가 있었던 영화를 다시 상영하는 거니까 그 당시에 주를 이루었던 관객이 추억하며 볼 것 같다는 생각이 표면적으로 든다. 예전에 봤기 때문에 좋다는 걸 알고 있어서 다시 보고 싶고, 그때에 못 봤기 때문에 궁금해서 이번에야말로 보고 말겠다는 그런 의지가 작용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서 삶이 바쁘다 보니 거기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흥미로운 뉴스를 봤다. 4K로 리마스터링 한 영화의 재개봉에 사람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주 관람객의 연령을 조사하고 인터뷰까지 진행한 기사였다. 의외로 20대 관객이 많았다. 유명한 옛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나 고전으로 알고 있지만 OTT(Over-the-top) 서비스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극장을 찾는 이유가 된다고 했다. 내가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20대가 말한 또 다른 이유는, '나갈 수 없음'이라는 대답이었다. 영화가 상영하는 동안 극장이라는 정해진 공간에 머물러야만 하는 '강제성'이 극장을 찾게 되는 묘미 중 하나라고 했다.


OTT 서비스가 평이한 세상.

나는 책만큼이나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에 대해서 잘 알아서 깊이 들여다보는 건 아니다. 작품성이 어느 정도 있다 없다, 그 정도의 구분도 나는 잘할 줄 모른다. 판단과 평가는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좋아하는 거 치고는 전혀 전문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영화를 즐겨 보는 건, 그 안에 다양한 스토리가 들어 있고 배우들의 움직임과 눈동자를 볼 수 있어서이다. 특히 영화 속 그 배경, 그 장소에 대한 매력이 크게 작용한다. 나는 영화 그 자체가 좋다. 어쩌면 책을 읽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화면이 펼쳐지는 것처럼, 스토리가 있는 영상, 혹은 눈으로 들어오는 그 장면이 좋은 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극장에서 보지 않아도 되는데 극장을 선호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작은 스크린에서는 놓칠 수 있었던 그런 구석구석의 장면들을 대형 스크린 안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극장 안에서는 더 몰입하고 더 집중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나도 집에서 OTT 서비스를 통해 거의 매일 영화를 본다. 하지만 좋아하는 영화나 관심 있는 영화는 자꾸 다음으로 미루고 평범하고 편안하고 쉽게, 혹은 짧은 영화를 주로 보게 된다. 집중력이 부족해진 걸 수도 있고, 장소에 대한 자유로움이 다른 거에 시선을 쉽게 빼앗기기도 해서이다.


'나갈 수 없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정해진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강제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해서라도 붙잡고 싶은 나의 마음을, 극장을 찾는 20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래도 머무름이 아직 존재한다는 거에 다행함을 느낀다.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고 쉽게 사라지는 사회에서 어딘가 머무를 공간이 있고, 머무르고 싶어 하는 마음, 집중과 몰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는 마음이 아직 있다는 거, 그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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