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 소소 115
‘골골 백세’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감기든 뭐든 한번 크게 딱 아프고 훌훌 털어버리는 사람이나 건강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골골거리면서 끊임없이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어떤 건지.
우리의 삶은 빡빡하고 통증으로 가득 차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친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엄밀히 말해서는 우울증이나 우울감에 대한 얘기에서 파생된 대화였다. 그리고 삶보다는 죽음에 초점이 맞추어 있었다.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말. 삶에는 의미가 없고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거라는 말. 살아가면서 왜 사는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죽음을 맞이하는 삶. 그럼에도 난 네가 살아있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그는 오래 살기는커녕 짧게 사는 것도 힘겨운 사람이었다.’ *
짧은 삶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렇다고 여태껏 살아온 인생보다 더 긴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삶은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고 한없이 우울하기도 하지만 좋든 싫든 옳고 그름을 떠나 힘겨운 건 사실이지 않은가.
누구나 다 아등바등하며 살아가.
사람들은 대부분,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고 어둠보다는 밝음을 원한다. 우울한 사람보다는 활기찬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슬픈 말보다는 기쁜 말을 더 듣고 싶어 한다. 물들 수도 있으니까, 내면에 묻어둔 게 파헤쳐져 밝혀질 수도 있으니까.
한 아이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 아이는 전화기에 대고 이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5학년은 어느 때보다 더 빨리 지나간 것 같아.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니.”
한 친구가 클라우드 알람이 떠서 봤더니 이 사진이 떠서 깜짝 놀랐다며 예전 사진을 공유해 줬다. 어린 모습의 우리였다. 나를 제외한 둘은 그사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기였네, 늙었네, 하는 그들에게 아기들이 아기를 낳았네, 잘 컸다, 고 얘기를 건넸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고 어른이 다른 어른을 만나 또 다른 아이가 이 세상에 나온다. 그렇게 친구들은 살아가고 있다.
하루 스물네 시간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감기와 두통으로 골골거리다가도 아이들 앞에만 서면 눈이 반짝이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직업의식이 투철하다고까지 말은 못 하겠지만 아이들과의 수업이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수업 외에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걸 제대로 하지 않고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효과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하면 난 행복해질 거라는 듯이.
골골 백세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니, 그만 생각하기로 하고, 오늘은 어른들에게도 잘 듣는다고 해서 얻어온 조카들 약을 먹고 일찍 잠을 자야겠다. 아니면 감자칩을 아귀아귀 먹어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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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성음악』 _p.68_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_ 원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