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게 - 3

<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by Chiara 라라

정아야,

오늘은 내 딸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볼게. 나한테는 네가 모르는 딸이 한 명 있어.


그 아이는 지금 아일랜드에 있어. 올해 막 대학생이 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아일랜드로 갔어. 아일랜드 대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고. 그곳은 한국과는 다르게 9월에 학기가 시작해서, 학기가 시작하기 전 까지는 유학생들을 위한 어학 수업을 들어야 한대. 그래서 일찍 출국을 하게 된 거지. 대학에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수업을 바로 들어야 하니까 걱정도 좀 되는 것 같았지만 그 순간을 즐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했어.


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머리가 회색이어서 깜짝 놀랐어. 전체 탈색을 하고 회색으로 염색했대. 생각보다 밝게 나왔고 점점 더 밝아져서 당황스럽다고는 했지만 딱 보기 좋고 색이 내 마음에 쏙 들었어. 겨울 아이 같아. 그 아이는 솜털이 뭉실뭉실 한 큰 잠바를 입고 나왔어. 나랑 비슷한 체형에 조밀조밀한 이목구비, 마스크를 쓰기는 했지만 눈이 선 해 보이더라. 소개를 받고 첫인사를 하는데 정말, 아직 어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그 시기는 학생이나 다름없는 시간이잖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중학생이긴 해도 가장 낮은 학년, 1학년이라는 시작의 의미와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이젠 다 컸다는 생각을 동시에 갖는 것과 조금은 비슷할 거야.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세상 모든 걸 다 갖은 듯 기세등등해지지만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또 한풀 꺾이고 다시 순한 양이 되는 것과도 비슷할 것 같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보면 많이 의젓하고, 그 나이에 어떻게 미래를 생각하고 결정하는지 궁금했는데, - 우리도 그런 시기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은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 그 제도권 밖에서 그 아이들을 만나면 영락없는 딱 10대의 아이들이더라고.


우리의 10대를 생각해 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행히 다 같은 학교를 다녔고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의외로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었지만 나는 늘 종종거리는 눈빛으로 너를 찾곤 했어. 친구들에 둘러싸여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너는 어디에서도 눈에 잘 띄었던 것 같아. 나도 그때까지는 너무 적극적이거나 시선을 끄는 그런 타입은 아니었지만 또 지금처럼 이렇게 소극적이지도 않았었는데 말이지. 초등학생 때 소풍을 가거나 학교에 어떤 행사가 있어서 장기자랑 같은 걸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넌 늘 무대 위에 있는 아이였고, 나는 늘 아래에서 박수를 치며 관람을 하는 아이였어. 그런 나에게도 무대에 설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었고 그 기억은 오래오래 잊히지가 않아. 넌 무대에 서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게 좋다고 했어. 긴장되어 두근거리는 그 가슴을 느끼는 기분이 좋다고 했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그 무대를 준비하는 시간도 즐겁다고 했어. 나는 네가 재잘거리며 하는 얘기를 다 들었고, 그 준비 안에서 말다툼도 질투도 매 번 다 한차례 씩 겪고 나면 결국에는 웃음, 혹은 연습보다 잘하지 못하거나 틀려서 속상하다는 울음을 동반한 무대뒤의 소란함이 있었지.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연극을 준비하기도 했고, 언젠가는 마술도 했었어! 정말 초등학생들의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한 것 같아. 그때는 그런 것들이 그저 당연하고 일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타인의 눈보다는 자신의 기준으로 삶이 돌아가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야. 지금은 나의 눈을 의심하고 타인을 의식하고 눈치 보며 살아가는 날들이 더 많아진 나이가 되었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건, 이제 곧 초등학교를 졸업하니 반 전체가 모두 장기자랑에 나가야 한다는 선생님의 엄포 때문이었어. 기억나니? 나 그때 얼마나 두려워했었는지. 우리 조 친구들은 10명은 안 넘었던 것 같고, 앞 뒤로 4명씩 섰던 것 같으니까 아마도 8명이었을 거야.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을 하고 의논을 하고 가장 무난하게 춤을 추기로 했어. 그 당시의 우리들은 노래도 춤도 다 좋아했던 것 같아. 누구나 가요를 듣고 가요프로그램을 봤고 가수들의 춤을 따라 추기도 하고 그랬어. 학교 운동장에서 교실 뒤편에서 강당에서 또 누군가의 집에서 방에서 곳곳에서 춤을 추는 아이들이 많았던 것 같이 느껴지는 건 내가 그쪽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가 나서서 하지는 못하지만 은근히 시선을 두고 있는 것, 춤이었나 봐. 춤은 나에게 자유, 혹은 해방감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몰라.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지는 않았지만 – 그럴 기회도 만들거나 찾지는 못 했지만 – 너의 춤을 보고 같이 연습하고 자주 그런 시간을 보냈어. 하루가 길고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 하루 24시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 텐데, 이 또한 신기하다. 너는 나한테 아이돌이 되라고 말했어. 내가 보기에 아이돌은 너처럼 빛나는 아이가 어울렸는데 말이야. 실소를 터트리는 나에게 넌 정말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어. 미아야, 넌 몸이 유연하고 춤을 추는 모습이 예뻐. 난 네가 꼭 아이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 당시 우리는 아이돌이 어떻게 되는 건지 잘 알지 못했고, 별다른 꿈을 꾸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거 있지. 그 사이에 우리는 아프다며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고 아이돌을 쫓아다니기도 했는데, 선생님은 우리가 아프지 않다는 걸 알았을 것 같아.


아, 나 얼마 전에 아이돌 데뷔 앨범 쇼케이스 다녀왔어! 네가 알면 정말로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겠지. 미아가, 소리에 민감해서 노래도 잘 안 듣는 우리 미아가, 쇼케이스에 다녀왔다고? 그것도 아이돌?? 이렇게 넌 소리 내서 말할 거야. 분명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아이돌 그룹이 앨범을 냈어. 집에 텔레비전도 없고 유튜브로 영상도 찾아보지 않으면서, 미아, 너 어떻게 된 거야? 소리치는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일이 있은 후로 거의 매주 엄마한테 가고 있어. 보통은 주말 저녁에 식사를 같이 해. 저녁을 먹고 나면 엄마랑 둘이서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까 엄마가 계속 틀어놓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를 말없이 멀뚱히 앉아서 보거든. 어느 날엔가 엄마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틀더라고. 그래서 보게 되었지. 처음인 것 같아,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 게. 거의 막바지 최종 데뷔 멤버들이 뽑히는 단계여서인지 한 명 한 명 모두가 정말로 실력 있고 잘하더라고. 땀을 흘리면서 즐기고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 나는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 무언가를 잡기 위해서 노력했던 적이 있나 싶더라. 그렇게 몇 개월간 합숙을 하면서 매주 여러 곡을 소화해 가며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었어. 대부분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아. 최종까지 올라온 참가자 중에는 일본에서 온 초등학생도 있어서 놀랐어. 나이는 13세, 웃고 장난치는 모습은 아직 어린아이지만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과 실력, 그리고 의젓한 모습까지 그 카리스마가 너무 놀라웠어. 이 최종 데뷔 멤버들이 그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 또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서 드디어 정식 앨범을 낸 거야.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 춤추는 모습을 보고 노래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쑥 빠져들기도 하고,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도 해. 오랜만에 나에게 소소한 즐거움이 생긴 거야.


앨범을 구입하면서 자동적으로 쇼케이스 이벤트에 응모가 되었어. 운이 좋게도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왔지. 이제 막 데뷔를 하는 신인이기는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워낙 인기가 많았고 공식 팬클럽 사이트를 보면 팬도 꽤 많았거든. 어디에 당첨되어 본 게 얼마만인지, 순간 이제 나에게 행운이 찾아오려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어. 그 문자를 받았을 때에는 당연히 가야겠다고 생각했지. 나, 코로나 시기 몇 년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렇게 좋아하는 영화도 집에서만 봤거든. 사람도 많을 게 분명하고 공연장이니 폐쇄된 공간일 거고, 이래저래 쇼케이스에 가는 게 망설여지기 시작했어. 코로나에 걸릴까 봐 걱정된다기보다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어떤 공간에 있다는 압박감이 조금 생겼거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공황처럼 숨이 막히고 앞이 캄캄해진 적도 있었어. 그런 걱정거리들로 며칠을 고민했는데, 일단은 가자, 나중에 더 유명해지면 가고 싶어도 못 갈 수도 있어,라는 생각이 젤 먼저 들기도 했고, 기분전환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니까 용기를 냈던 거야. 공연장에 가는 전철 안에서도 계속 심장이 두근두근, 긴장감일지 설렘일지 둘 다 조금씩 작용했겠지만, 갑자기 공포가 엄습해 와서 공연장이 있는 역에 내려서는 잠시 의자에 앉아서 숨을 골라야 했어. 공연장에는 어린 친구들도 외국에서 온 팬들도 많았어. 신기하더라. 티켓을 수령하면서 형광봉과 데뷔 축하 메시지와 응원 메시지가 담긴 작은 카드도 함께 받았어. 멤버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팬들의 깜짝 선물인 메시지라고 하더라. 단체로 온 사람들도 있었고 가족이나 지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공연장 안에 있었어. 쇼케이스라는 게 이런 거구나, 데뷔 앨범의 곡들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고 영상을 보고... 유명한 – 내가 알고 있을 정도면 유명한 거 맞지? - 개그우먼이 사회를 봤는데 말을 어찌나 잘하던지, 진행이 상당히 매끄럽고 재미있었어.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라. 약간 어색하기는 했지만 나름 잘 적응을 하면서 즐겼어. 모두가 생생히 살아있는 순간을 나도 함께 경험한 기분이야. 잘 다녀왔어, 가길 잘했어. 멤버들에게는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준비해 왔을 거고 그 꿈의 시작이었을 테니. 아이돌을 꿈꾸는 많은 연습생이 있지만 데뷔를 하는 연습생은 일부에 불과하고 데뷔를 하고 나서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활동하는 아이돌은 또 극히 드물잖아.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오래오래 춤과 노래를 통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회색 머리의 내 딸에게 이런 아이돌의 모습이 좀 보였어. 국내 대학이 아니라 유학을 통해서 스스로 원하는 길을 가려는 그런 의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지만 혼자서 알아보고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그 길에 한 발짝 다가선 모습.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꼈던 그 멋지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와.


내가 말하는 이 아이는 네가 예상했겠지만 내 대녀야. 대학생인데 아이라고 불러도 되나 순간 고민했어. 너한테는 이렇게 얘기하지만 대녀에게는 세례명을 부르고 존대를 한단다. 내가 툭하면 존댓말을 써서 사람들에게 거리감 좀 그만 느끼게 하라던 너의 사랑스러운 충고도 생각나네. 성당에서 예비자를 담당하고 있는 봉사자님한테 연락이 왔어.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세례를 받고 바로 유학을 갈 건데, 주위에 신자가 없어서 대모가 필요하다고 부탁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 보통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대모 자리는 거절하는 편인데, - 나 자신도 잘 챙기지 못하는데 내가 누구에게 신앙적인 도움을 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어, 게다가 대모, 엄마잖아. – 이번에는 왠지 끌렸다고 해야 하나. 어쩌면 세례를 받고서 곧 유학길에 오른다는 말 때문이었을지도 몰라. 한국에 있는 게 아니니까 내가 부족해도 그래도 조금은 괜찮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안도감도 있었을 거야.


시간이 서로 안 맞아서 세례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서야 처음 만나게 되었어. 그날도 서로 얘기를 나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같이 미사를 드리고 커피 한 잔 마시자고 하고 만난 거야. 약속을 정할 때 내심 다행이다 싶기도 했어. 첫 만남에 밥을 같이 먹고 커피까지 마시면서 오래 함께 있으면 그 긴 시간이 부담스러울게 분명하거든. 말 주변머리도 없고, 요즘 특히 더 엉성한 삶을 살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었겠어. 가족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 뭔가 주저되는 게 있어서, 평범하게 세례는 어떻게 받게 되었는지 기분이 어떤지 그런 걸 먼저 물어보았지. 그리고 유학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내가 반갑고 부럽다는 듯이 유학은 어디로 가는지 물어봤어. 사람들이 보통 많이 얘기하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그런 나라를 예상했을 것 같아. 그런데 아일랜드,라고 말하더라고.


너도 알다시피 나는 아일랜드에 가 본 적이 없어. 아일랜드라는 나라는 너무 멀고 나와는 상관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며 살았을 거야. 아일랜드에 대한 첫 인식은, 어쩌면 네가 역시나,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내가 늘 그렇듯이 한 작가님, 한 권의 소설을 통해서였어. <그 겨울의 일주일>이라는 제목의 책을 서점에서 봤을 때 제목도 제목이지만 표지가 – 나는 표지를 상당히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 너무 포근한 거야. 중앙에는 체크무늬 테이블 보가 씌워진 4인용 식탁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커피가 있지. 화병도 있고 작은 램프도 있어. 식탁 너머에는 큰 창문이 있고 바다인지 산인지 멀리 푸른 무언가가 보이고 마을이 내려다 보여. 아마도 높은 곳인가 봐. 그 창가 한 구석에서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어. 수채화로 슥슥 그리고 칠한 것 같은 이 느낌이 난 좋더라고. 내가 꿈꾸던 집의 풍경일지도 몰라. 이 책에서 아일랜드는 밝지도 활기차지도 않아. 오히려 흐리고 비가 많이 내리고 혼자인 게 더 어울리는 그런 곳이야. 그래서 내가 더 끌렸을지도 모르겠어. <그 겨울의 일주일>은 한 호텔을 배경으로 여러 가지 사정을 가지고 아일랜드로 온 사람들과 그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평범하면서도 삶이 잘 담겨 있어서 좋아. 재미도 있고. 그 책의 저자 메이브 빈치 작가님의 나라. 아일랜드. 나도 언젠가 아일랜드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보고 싶어졌어. 내가 너한테 사달라고 조른 책이 상당히 많긴 한데 그나마 가장 최근이자 마지막이 된 생일 선물로 – 생일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 지금 당장 사달라고 우겨서 받은 책도 이 작가님의 신작이었단다. 내가 좋다고 자주 얘기 했으니까 네가 기억을 조금이라도 하면 좋겠다. 넌 나에 대해서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아일랜드라는 나라를 대녀에게 듣자마자 난 흥분해서 메이브 빈치 작가님에 대해서 와다다다 말을 했어.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더라고. 그러고 나서한 말이 뭔 줄 알아? 제가 거기 서점에 가면 메이브 빈치 작가님 책을 유심히 살펴볼게요.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잠깐 다녀갈 건데 대모님 선물로 사다 드리고 싶어요. 세상에, 너무 아름다운 마음 아니니? 나는 내 딸에게 그렇게 빠져버렸단다. 고마움과 감동을 표시하고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머쓱해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헤어지기로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었더라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대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고 나는 잠깐 시간이 남아서 가지고 나온 책을 읽었어. 그 책이 무슨 책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마음이 포근했던 건 아직도 느낄 수 있어. 책 때문인지 잠시의 짧은 만남에서였는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말이야.


이렇게 따스한 날이 자주 오면 좋겠다.


미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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