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대로 흘러가다 도착한 곳_종착지는 아니겠지만.
여기는 어느 한 대학교 학생상담센터다.
공무원 의원면직을 한 후 4개월가량 지났고,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쩌다가 지금 내가 여기 앉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새롭고 낯선 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는 한 달이 지났다.
올해 생일이 지나 빼박 40대로 접어들었고, 40대에도 이렇게 새로운 곳에서 적응해야 하는 현실이 기가 막히게 슬프지만 어쩔 수 없노라 다독이며 잘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변화를 참 싫어하는 나답게 날마다 밤잠을 푹 자지 못하고 새벽에 한두 번씩 꼭 깬다.
이제 겨우 한 달 되었으니까.. 두 달이 되면 세 달쯤 되면 괜찮아지려나.
모든 것이 낯설어서 뚝딱거리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사고의 흐름이 막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젊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손도 빠르고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내가 없다. 머리회전이 잘 안 되는 느낌이고 내가 이 정도였나? 혹시 바보가 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었구나. 젊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려니 비교가 된다.
상담을 하고 싶어 공무원을 그만두고 다시 상담현장으로 왔는데, 아직 상담은 1도 못해보고 계속 행정일만 한다.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럴 거면 그냥 공무원 계속하는 게 나았나?라는 생각도 들고.
모든 것은 내 선택이니 누구를 탓하지도 못하고, 원망도 못한다.
누군가가 듣기에는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 취업시장이 얼어붙었고, 나 같은 40대가 다시 취업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니까.
그래. 그래서 이렇게 적응하기 위해 애쓰며 잘 자리 잡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
버벅거리고 뚝딱이는 마음의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게, 태연한 척, 의연한 척,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느라 내 몸에 있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