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이불이 그렇게나 싫었던가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모였다.
아빠 생신이어서 맛있게 밥 먹고 다 같이 친정에 가서 케이크 촛불도 불고 기분 좋게 놀다 집에 가려는데
엄마가 이불을 언니네, 우리 것 하나씩 사놓았으니 가져가라 하셨다.
무슨 이불?
쇼핑 갔다가 이불이 폭신하고 가벼운 게 있어서 선물로 샀다고 하신다.
이불 집에 많은데.. 별로 탐탁지 않은 마음으로 새 이불을 보았다.
세상 화려한 꽃무늬 겨울 이불. 부피도 엄청 크고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순간 짜증이 났다.
엄마는 왜 물어보지도 않고 필요도 없는 걸 선물이라며 샀느냐, 촌스러운 저런 꽃무늬 이불을 요즘 누가 덮는다고 저런 걸 사서 주냐. 안 가져가!
엄마는 계속 가져가라고 따뜻하고 가볍다는 걸 강조하셨다.
집에 이불 많고 덮지도 않을 건데 왜 가져가라고 하느냐, 집에 저렇게 큰 이불 둘 곳도 없는데! 쓸데없이 필요도 없는 곳에 돈을 왜 쓰냐고!
뭐 때문인지 그날따라 왜 이렇게 짜증이 났는지.
남편이 가져가자고 하고, 아들도 폭신하고 좋아 보인다며 내 눈치를 살피며 이불을 챙겼다.
결국 그 꽃무늬 이불은 우리 집 팬트리에서 잠자고 있다. 언제까지 자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날 밤에 짜증을 너무 많이 냈나 살짝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에 엄마가 치매에 걸려서 어린 아기가 되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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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 이불이 어때서 나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색감, 디자인 등이 꽤나 중요한 사람이다. 촌스러운 이불이 안방 분위기와 맞지 않아 도저히 덮지 않을 것 같았다. 나에게 먼저 물어봤다면 절대 사지 말라고 했을 거고 그랬다면 엄마가 괜히 돈 쓸 일도 없었을 텐데. 은퇴한 부모님 돈 쓰게 하는 게 싫다. 이불 살 돈으로 아빠 대학병원 진료가 실 때마다 택시나 타고 다니시지. 추운 날 몇 번이나 버스를 환승하면서 가실 정도로 택시비는 아까워하신다. 그러면서 다 큰 자식들 이불은 왜 사시는 건지.
속상해서 화가 났다. 그냥 속상했는데 표현할 길이 없어 화를 냈다.
꽃무늬 이불이 뭐라고. 팬트리를 열 때마다 보이는 꽃무늬 이불더미가 나를 슬프게 한다.
아직도 철없는 어린아이 같은 내가 그 이불더미 속에 들어앉아있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