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실체를 찾아서
글에 대한 애정의 시작은 중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엇하나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없고, 네모난 교실에서 튀지 않게 잘 묻혀있는 자그마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교내 백일장 대회를 치르고 나면, 어김없이 국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이 반에 '김ㅇㅇ'이 누구야?라고 물어보곤 하셨다. 그때에만 나라는 존재가 잠깐씩 드러났다.
조례대에 올라 얼떨떨한 표정으로 엉거주춤하게 상을 받았던 기억. 집에 가서야 살짝 마음이 붕 뜨면서 기쁘다는 감정을 느꼈다. 내가 글을 잘 적나? 하는 의문과 함께. 중학교 때를 시작으로 고등학교 때에도 백일장을 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었으니 나름대로 인정받은 실력이라 여겼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나에게 효능감을 주어 어처구니없는 글이라도 적어 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 글을 다른 누군가에게 공개하는 것이 참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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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내 생각을 넘어 내 마음을 온전히 들키는 것 같고, 나라는 사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나는 항상 성장하고 있음에도 글은 그때 당시의 나로 고착되어 있어서 훗날의 내가 그때의 나를 후회할까 봐 싶기도 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책 [쇼코의 미소]에 나오는 문장인 '온전히 이해받으면서도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처럼 내 글이 온전히 이해받으면서도 누군가에게 낱낱이 해부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두렵다. 뭐 어때. 누군가가 나를 판단하고 평가 좀 하면 어때. 그 대신 내 글을 보며 나를 이해해 주고, 같이 공감해 주는 사람들을 얻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쉽게 발행되지 않는 쌓여가는 저장글들을 보면 나는 아직 그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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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판단으로부터 하늘 높이 자유롭고 싶다.
세상은 사실 너무 거창하고 내 주변 사람들의 판단으로부터.
서랍 속 저장된 활자들이 꺼내달라 아우성친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