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 바닥 테이핑

엄마의 지나친 염려.

by 에노스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담아주는 쇼핑백

그 쇼핑백은 항상 우리집 창고에 오기종기 모여있다가 다시 재사용되곤 한다.

이를테면 친구 생일선물을 담아주는 등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전해줄 때 그 쇼핑백을 사용하는데, 항상 바닥에 테이핑이 되어있는 것이다.

엄마는 혹여나 길에서 쇼핑백이 뜯어질까봐 걱정되어 바닥을 두꺼운 테이프로 길게 붙인다. 사실 그것도 모자라 물건을 쇼핑백 안에 바로 넣지 않고 검은색 비닐에 넣어서 그 비닐 손잡이와 쇼핑백 손잡이를 동시에 잡으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엄마는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걸까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는 일

나는 테이핑이 되어있는 쇼핑백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엄마의 지나친 염려가 부끄러웠고, 사람들에게 내가 그렇게 비칠까 봐 싫었다.

그래서 테이핑 되어있지 않은 쇼핑백을 찾다가 없으면 짜증이 났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런 엄마를 꼭 빼닮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엄마의 불안은 곧 나에게 전염되듯이 흘러들어왔고 내 속은 항상 불안으로 가득 차있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나도 엄마처럼 내 머릿속에서 항상 테이핑을 한다.

미리 예측하고 경우의 수를 계산하여 플랜 B, C, D를 만든다.

그렇지만 세상은 예측대로 되지 않고 난처하고 당황스러운 순간은 언제든 마주하게 된다.

일어난 일은 수습하면 그뿐인데 말이다.


나는 쇼핑백 따위가 뜯어져도 물건을 주워 안고 가면 그뿐이라 여기는

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더 바라기는 아예 쇼핑백이 뜯어질까 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단순한 사람이 되길 원했다.

그런 사람이 되었다면 세상 사는 것이 조금은 더 편했을까.

엄마의 불안 속에는 나를 향한 사랑이 숨어있음을 알고 있다.

딸이 곤란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딸이 세상에서 어려움을 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지금은 내 엄마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아들에게 불안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날마다 불안감으로 통제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내버려 두는 연습을 한다.

대처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맞닥뜨리는 것뿐이리라.


아들이 맞닥뜨릴 모든 상황과 이 세상의 것들을 내버려 두는 것.

아들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가의 이전글워킹맘이라는 단어조합 누가 만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