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내가 갑이라고?
[세진의 시점]
그날, 나는 미영 팀장님에게 늦게 자료를 보냈다.
사실 알고 있었다.
밤 10시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는 걸.
이 자료, 당장 외부업체로 보내야하는데 팀장 확인 없이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피드백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봐주세요" 했다.
정중하게.
그런데 다음 날,
팀 단톡방 분위기가 싸해졌다.
누가 블라인드에 올렸다고 했다.
밤늦게 피드백 강요하는 팀장 이야기.
나도 봤다.
내가 쓴 건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찔렸다.
마치, 나 때문에 누군가가 칼을 맞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미영의 시점]
회의 중에도 어쩐지 시선이 낯설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수군대는 것 같았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나도 신입일 때
팀장님이 밤에 파일을 보라고 하면
억울하고, 화가 났었다.
그런데 그때도 팀장님은
그저 본인의 책임을 다하려고 한 거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갑이 아니다.
회의 한 번 준비하는 데
아랫사람 눈치, 윗사람 입김,
그 사이에서 계속 밀리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나를 "갑질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 말은,
내 진심을 묻어버렸다.
세진은 말하고 싶었다.
“팀장님, 제가 쓴 거 아니에요.”
“오해가 있어요.”
“저는 그냥… 실수했어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미 미영을
"갑"질하는 인격문제자로 결정했다.
블라인드는 그런 공간이다.
말하지 않아도 말한 것처럼 되고,
지목하지 않아도 손가락질이 시작되는 곳.
팀장은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정치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자리다.
피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타겟이 되는 자리.
그게 '팀장'이라는 자리에 기대된
침묵의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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