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을 쓰고 싶다

by 유리알구슬

올해 들어, 내게 자꾸

계획에 없던 변수들이 생겨난다.


벼락 맞은 듯,

갑자기 노트북을 지르더니,

글을 매일 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내 안에 가라앉아있던

과거의 '나'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괜찮은 줄 알았던,

아니 괜찮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어린 나'들이 튀어나왔고,

갑작스러운 그들의 출몰에

감당할 수 없는

우울과 상실감을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급기야 오늘은,

'억울함'까지 밀려 올라왔다.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부모와 환경으로 인해,

내가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대학입시'라는 관문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던 10대를 지나,

가까스로 도착한 20대 시절,

난 갑자기 주어진 자유 앞에

커다란 공허감을 느꼈다.


그래서 인생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앞날을 계획해야 하던 그 시기에

난 그만 정신을 놓았던 것이다.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움직였기에,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하고

내가 가야 할 길에 열정을 쏟을

어떠한 동기부여도 되지 않았고,

나아갈 동력도 상실했다.


나는 그 무엇보다도

따스한 가정을 원했고,

내 마음 붙일 곳을 원했고,

무언가를 성취하기보다,

내가 편히 쉴 아늑한 내 편이 간절했다.


그런데 정작

그런 가정과 품을 얻고 보니,

이제 와서야 그때 놓쳤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좀 더 도전해 볼걸,

그때 좀 더 용기 내볼걸,

그때 좀 더 고민해 볼걸,

........


이제 좀 살만해지니,

이제 좀 숨 쉴만하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보인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마흔의 문턱을 넘은 지금,

내 안의 그것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다.


종이책을 쓰고 싶다.


마음속에만 간직하던 소망이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일이다.

많은 분들이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건 저렇게 훌륭한 커리어를 가지신 분들만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 안에서도 꿈틀대고 있었다.

사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있고,

그래서 브런치작가를 꿈꿨던 것이지만,

종이책 쓰기에는 섣불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글로서 공언하는 이유는,

이렇게 해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저 아래 박혀있던 것이라,

내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매일 글을 쓰며 조금씩 흙을 털어내고 보니,

어린 날부터 내가 키워오던 꿈이더라.


'작가'


이제는

여기저기 얘기도 하고,

스스로 확언도 하며,

한 걸음씩이라도 꿈틀꿈틀 나아가고자 한다.


'과거의 나'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의 나를 바꾸면,

'미래의 나'는 바꿀 수 있으니!!




매거진의 이전글헤어질 결심,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