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로
나와 열 달을 함께 동고동락했던
그 꼬물한 존재가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지 열다섯 해.
처음에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무 욕심 없던 나의 마음에
언젠가부터 움터 오른
나의 또 다른 모습.
'나처럼은 살지 마라' 하는 마음과
'나만큼만 살아라' 하는 마음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위태롭기만 한데
겉으로는 아닌 척
서둘러 마음 빗장 걸어 잠가 보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듯
문틈에 끼어버린 나의 욕심 쪼가리.
나를 여기까지 인도하신 그 손에
나의 아이를 믿고 맡기자
입으로는 되뇌지만,
눈앞에 보이는 수치들에
내 마음은 또다시 흔들린다.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표면이 아닌 내면으로
아이를 담아낼 수 있기를...
결국. 마침내. 종국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길을 걸어갈
그 아이의 삶을
뒤에서 힘껏 응원하는 것이니...
이제 그만 아이에게로 향한
내 마음을 거두어들이고,
나도
오늘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