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소화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by 유리알구슬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대화들이 나를 통해 지나간다.

대화는 분명, 관계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가벼운 안부부터 속 깊은 이야기까지

주고받는 수많은 대화들 속에

서로의 관계는 유지되고 깊어진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그냥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콩나물이 자라나듯,

누군가의

격려, 위로, 칭찬, 공감

혹은 충고, 조언, 판단 등이

나의 마음을 지나가며

나를 키워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때론,

누군가의 말이 마음을 지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걸려 버릴 때가 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내게 힘든 말은 걸러들으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나처럼 안전장치가 헐거운 이들은

명치에 음식물이 걸리듯

들은 그 말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한참을 곱씹고 곱씹다 탈이 난다.


음식이 체하면

소화제를 먹고

심하면 손을 따기도 하는데,

마음이 체하면

도통 방법이 없다.

게다가 나의 경우엔,

마음이 체하면

그대로 몸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은 것도 없는데 소화가 되지 않는다.

심하면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마음에 걸리는 말의 대부분은,

나의 약한 부분이 건드려질 때이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방치받는 느낌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무시당하는 느낌의 말을 들었을 때,

과거의 트라우마가 연상되는

상황이 반복될 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내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몸의 근육도 단기간에 생기지 않듯,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매번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서

목에 걸린 가시를

겨우 넘겼다 해도,

명치끝에 박혀

내려가지 않을 때면

하루가 무너질 때도 있다.


꾸준한 운동이

정답이라는 것은 알지만,

가끔은 소화제를 털어 넣고

마음 편히 숨을 쉬고 싶다.


마음에도

소화제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