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2화. 면접 전날, 아버지의 문자
내일 오전 열 시.
그 시간이 자꾸 머릿속에 찍혀 있었다. 시계를 볼 때마다 남은 시간이 줄어들었고, 줄어드는 만큼 심장은 빨라졌다. 면접 준비를 한 게 맞나 싶었다. 자기소개서를 스무 번쯤 고쳤고, 예상 질문 서른 개를 달달 외웠는데, 누우면 전부 사라졌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게 이런 거구나.
새벽 한 시. 이불속에서 뒤척였다. 두 시. 물을 마시고 다시 누웠다. 세 시. 천장을 보다가 예상 면접지를 들었다. 인터넷에 '면접 꿀팁'을 검색했다. 도움이 안 됐다. 모든 내용이 "자신감 있게 말하세요"로 끝났다. 그 자신감이 없어서 새벽 세 시에 인터넷을 보고 있는 건데.
이직에 실패 한지 일 년째였다.
처음엔 괜찮았다. 적당한 중견기업을 다니고는 있으니깐, 몇 개 없는 연차로 어렵사리 면접을 다니니 떨어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석 달째부터 조급해졌다. 여섯 달째부터는 친구들 SNS를 안 봤다. 누가 어디 대기업에 다닌다는 얘기에 축하보다 먼저 위장을 쥐어짰다. 그게 나쁜 감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아홉 달째, 아버지가 물었다. "요즘 어떠냐." 나는 "잘 하고 있어"라고 했다. 아버지는 더 묻지 않았다. 그게 배려인 줄 알면서도 서운했다. 관심이 없는 건가, 싶다가 아버지 표정을 떠올리면 또 아니었다. 뉴스를 보다가 취업률 기사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사람. 그게 아버지였다.
새벽 세 시 반. 폰이 울렸다.
카카오톡. 아버지.
"잘하고 와라"
마침표도 없었다. 이모티콘도 없었다. 다섯 글자. 그게 전부였다.
나는 그 다섯 글자를 한참 들여다봤다.
아버지는 카카오톡을 잘 못 한다. 글자 치는 것도 느리다. 검지 손가락 하나로 자음 모음을 하나씩 누르는 사람이다. 가끔 오타가 나면 정정도 안 하고 그냥 보낸다. 그런 사람이 새벽 세 시에 깨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안 잔 거다.
내일 아들 면접이라 잠이 안 온 거다.
그걸 깨닫는 순간, 코끝이 시큰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내일 면접인데. 눈이 부으면 안 되는데.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다.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덮었다. 소리 없이 울었다. 왜 우는지도 정확히 몰랐다. 압박감 때문인지, 아버지 문자 때문인지, 일 년이라는 시간 때문인지.
아마 전부였을 거다.
한참 뒤에 답장을 보냈다.
"네."
그것밖에 못 쳤다. 나도 아버지를 닮아서 감정을 잘 못 쓴다.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전부 목까지 차오르는데 손가락이 안 움직인다. 그래서 "네" 하나.
아버지는 읽었지만 답이 없었다. 아마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거다. 아들이 대답을 했으니. 살아 있고, 깨어 있고, 내일 갈 거라는 뜻이니.
우리는 늘 그랬다.
적게 말하고 많이 짐작했다. 서투른 문자 하나에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부 실었다. 그게 우리 부자의 언어였다.
면접은, 결론부터 말하면, 떨어졌다.
근데 이상하게 그날 밤은 잠이 잘 왔다. 새벽 세 시 반,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 떨어져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게 면접 합격보다 먼저 나를 살렸다.
폰을 열면 아직도 그 문자가 있다.
"잘하고 와라"
마침표 없는 다섯 글자. 나는 그걸 아직 지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