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8화. 스무 살의 용기는 그런 거였다
요즘 가끔 스무 살의 내가 찾아온다.
새벽에 잠이 안 올 때, 택시 창밖으로 가로등이 흐를 때, 오래된 노래가 불쑥 재생될 때.
그러면 그 시절의 내가 슬쩍 옆에 앉는다. 운동화를 신고, 후드티를 입고,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얼굴로.
나는 그 애한테 말을 걸고 싶다.
야, 괜찮아.
비 맞으며 걸어온 그 밤, 우산을 건네고 돌아서던 너, 고백 한마디가 세상에서 제일 무거웠던 너. 괜찮아. 그게 틀린 게 아니야. 그냥 그때의 최선이었어.
짝사랑하던 여름도 그래. 편의점 앞에서 수박바 녹는 걸 보면서 그 사람 웃음을 몰래 저장하던 너. 결국 말 한마디 못 하고 계절을 통째로 보냈잖아. 그런데 있잖아, 그 여름이 네 스물을 만들었어. 말하지 못한 마음도 마음이었고, 그 마음이 너를 자라게 했어.
이별도 마찬가지야. 카페에 혼자 앉아서 빈 의자를 바라보던 너. 울지도 못하고 커피만 마시던 너. 그 시간이 헛된 게 아니야. 아픈 만큼 깊어진다는 말, 진부하지만 사실이더라. 그때의 아픔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으니까.
스무 살의 용기는 거창한 게 아니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우산을 건네는 것. 마음을 들킬까 봐 일부러 무심한 척하는 것. 이별 후에도 같은 카페 문을 여는 것.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걷는 것.
그런 거였다.
세상을 바꾸는 용기가 아니라, 하루를 버티는 용기.
마음을 꺼내지 못해도 품고 있는 용기.
무너져도 주저앉지 않는 용기.
스물에는 그게 전부였고, 돌이켜보면 그게 전부여도 충분했다.
서른이 넘은 시기에, 나는 조금 달라졌다.
고백을 할 수 있게 됐고, 이별을 견딜 수 있게 됐고, 빈 의자를 보고도 덤덤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가끔 그게 성장인지 무뎌진 건지 헷갈린다. 스물의 나는 서툴렀지만 온전했다. 감정 하나에 온몸을 던졌다. 서른의 나는 능숙하지만 뭔가 빠져 있다. 조심하는 법을 배운 대신 무모함을 잃었다.
그래서 가끔 스무 살의 내가 그립다.
비를 맞을 줄 알면서 우산을 건네던 그 무모함. 말도 안 되는 짝사랑에 나를 통째로 거는 그 진지함. 이별 앞에서 주저앉으면서도 다시 카페 문을 여는 그 고집.
그때의 나는 몰랐을 거다. 자기가 얼마나 용감한지.
모든 게 처음이라는 건, 모든 걸 온전히 느낀다는 뜻이었다.
첫 설렘은 온몸으로 떨렸고, 첫 이별은 세상이 끝나는 것 같았다.
지금은 그 정도의 진폭이 없다.
감정의 눈금이 촘촘해져서 극단까지 가지 않는다.
그게 어른이 되는 거라면, 어른이 된다는 건 좀 슬픈 일이다.
스무 살의 나에게.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은 사람이야. 서툰 게 부끄러운 게 아니야. 서투르다는 건 아직 진짜라는 뜻이니까. 요령이 없다는 건 진심뿐이라는 뜻이니까.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살아.
비도 맞고, 짝사랑도 하고, 이별에 울기도 하면서.
그게 다 너의 스물이 되니까.
그리고 나중에 서른이 넘은 네가, 가끔 너를 꺼내 볼 거야.
오래된 사진처럼.
바래졌지만 버리지 못하는, 그런 사진처럼.
스물은 그렇게, 끝나고 난 뒤 아름다운 계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