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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츄르 Dec 14. 2021

컨디션을 위해 운동하는 30대

자타공인 몸치의 저가형 로잉머신 구매 후기

20대의 나는 몸매를 위해 운동했다. 

피티도 받아보고 발레나 폴댄스 같은 것도 배워보고 스피닝과 요가도 해봤지만 솔직히 말해 건강을 위해 한 적은 없었다. 그저 한 가지 어리석은 목적 '마른 몸'을 위해서만 운동했다. 물론 온갖 운동을 찝쩍거리며 돈과 시간을 쓰면서도 단 한번도 원하는 만큼의 마른 몸은 가져보지 못했다. 내가 가장 말랐던 순간의 몸무게를 아직도 기억한다 51.5. 그조차 날씬했던 시절 밥을 건너 뛰어야 나오는 숫자였고, 내 몸무게는 결코 그 밑으로 내려가본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상태에서 10킬로그램이 넘게 쪘다. 지금은 아무리 굶고 운동해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


30대의 나는 몸매가 아닌 컨디션을 위해 운동을 한다. 

나이 들수록 근육을 적금처럼 쌓아둬야 나중에 병원비가 안든다지만 솔직히 그런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조언은 별로 와닿지 않고 당장 내일의 컨디션이 지금의 나에겐 더 절실하다. 올 봄과 여름에 나는 등산에 미쳤었는데 그때는 평일 저녁엔 야등, 주말에는 10킬로미터 넘게 산을 타며 미친듯이(내 소박한 기준으로는) 운동을 했었다. 그 때의 컨디션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어디서 에너지가 샘솟는지, 지각도 아닌데 출근길 전철역 계단을 뛰어오른뒤 회사까지 달려가곤 했다. 야등을 안할 때면 동네 천변을 10킬로미터 넘게 걷기도 했고, 출근길 집에서 회사까지 약 10킬로미터를 걸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우울한 기분과는 담을 쌓고 지냈고 항상 약간 흥분 상태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고 여러가지 이유로 등산을 그만두게 되면서 내 매일의 컨디션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등산으로 뺐던 살 5킬로그램이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이 시작이었다. 곧 아침에는 잠이 덜 깨 피곤하고 낮에는 회사라서 피곤했으며 저녁에는 에너지를 다 소진해 피곤한 날들이 반복됐다. 예전같았으면 피곤한 상태를 정상적인 상태라 생각하고, '이게 회사원의 삶이지 뭐.'하고 그냥저냥 지냈을 텐데, 등산으로 넘치는 체력과 활기를 한 번 맛본 나는 이런 상태를 견딜 수가 없었다. 

날씨에, 사람에 구애받지 않는 운동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틈날 때마다 실내 운동기구를 조금씩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처음 본 건 런닝머신이었는데 경험상 런닝머신을 주구장창 하는건 살빼는덴 도움이 되는지는 몰라도 컨디션을 올리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침에 런닝머신을 하고 출근하면 오히려 평소보다 더 피곤했던 것 같다. 등산이 내 컨디션에 도움됐던 걸 생각하면 심폐지구력을 올려주면서 근육량을 늘려주는 운동을 찾아야 했다. 다리 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는 실내 자전거형 운동기구도 찾아봤는데 아무래도 상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조금 아쉬웠다. 그렇게 몇 주를 검색하다 드디어 나와 맞는 운동기구를 발견했고 큰 고민하지 않고 들였다. 


심폐지구력, 전신 근육 발달, 저소음, 간단한 동작(나는 지독한 몸치다)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네 가지를 만족시키는 운동기구는 바로 로잉머신이었다.

나는 로잉머신중 가장 저가인 유압식 로잉머신을 십만원에 구입했다. 실패하면 바로 당근 마켓에 내놓을 요량이었다. 싸게 산 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난 주말에 온 로잉머신은 내가 기대했던 네가지 요소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생각조차 안했던 장점까지 있었다. 그 장점이란 스포츠 브라를 하지 않아도 허리에 힘만 똑바로 주면 가슴이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예 브래지어 자체를 하지 않아도 운동이 가능했다. 게다가 공간차지도 적게 해서 인테리어에 큰 위협도 되지 않는다.


주말에 30분 운동을 시작으로 어제 오늘 이틀은 아침 저녁으로 1시간씩 로잉머신을 탔다. 전신 근육 운동이 되는 게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강도로 하는데도 운동하면서 허리와 배, 팔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진다. 엉덩이 근육도 쓰이는지 끝나고 나면 한동안 눕지 못할정도로 엉덩이 근육이 아프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등산처럼 에너지를 준다는 점이다.  할  때는 10분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지만 떨리는 팔 다리를 추스리고 나면 얼마나 기분좋고 개운한지 내가 혹시 피학적인 성향의 변태인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사실 저녁 운동까지는 내 계획에 없었는데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나가니 이상하게도 저녁에 기운이 남아돌아 또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내일 새벽에도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의 에너지를 충전해줄 운동을 해야겠다. 이렇게 또 좋아하는 것 하나가 늘어나서 기쁘다. 다시 등산을 할 수 있는 봄이 올 때까지, 로잉머신에 투자한 십만원을 뽕뽑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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