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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슬 Mar 11. 2024

구글코리아 다양성 포용 한국어 기업연수

장애공감 기업연수, 직장내장애인인식개선강의


  지난해 여름 구글코리아 인사팀에서 저에게 구글 다양성 평등 포용 주간(DEI Week)에 한국어와 영어 강의를 의뢰해 주셨습니다.

https://m.blog.naver.com/purplepiano/223161729324

 ​

구글코리아의 DEI week란,

  Diversity Equity Inclusion week의 약자로 우리말로 하자면 다양성 평등 포용 주간 정도 될 것 같네요.

  1년에 한 번 한 주간 다양하게 구성된 사내외 세션들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여함으로써 다양성 포용적 기업 문화를 확산하려는 의도라고 봅니다.

  인사팀장님께서 다양성과 장애 포용 문제에 매우 깊은 관심을 두고 계셨고, 다양성 포용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는 설명이 평소 제 철학과 아주 잘 맞아 흔쾌히 강의를 맡았습니다.

  특히, 제가 영어로도 연수가 가능하다는 점이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매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외국계 기업도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 직장내장애인인식개선강의(장애공감기업연수)를 들어야 하는데 인사팀장님에 따르면 영어로 이 강의를 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강의를 의뢰하려 해도 의뢰할 강사가 마땅치 않다고 하시더군요.

  다른 외국계 기업들도 이런 어려움이 있을 테고, 수준 높은 강의 콘텐츠와 영어 강의를 할 강에 대한 니즈가 있을 텐데, 적절한 강사가 없어 애를 많이 먹고 있는 것 같다며 홍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 보라고 조언도 주시더군요.

  하지만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제가 온라인 포스팅이나 홍보를 잘 못 하는 게으른 SNS 알러지를 가진 강사라 이런 말씀 듣고 또 고민만 잔뜩 했던 기억도 납니다.

 

보안 문제로 강의 사진을 안 주셨다.ㅠㅠ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지하철을 타고 2호선 역삼역 파이낸스타워에 위치한 구글코리아로 갔습니다.

  강의는 오후였지만 몇 가지 기술적 문제가 예상되어 오전부터 인사팀 담당자와 여러 작업을 하고 더블체크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구글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모든 프로그램은 구글 베이스여야 하는데, 보통 강사들은 파워포인트를 많이 쓰고 구글 슬라이드에는 익숙지 않아 호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며칠 전부터 알고 조율 중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타사 제품인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려면 사내 담당 부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은 듯하고, 설사 사내에서 허가해서 타사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를 하더라도 용량 등 여러 문제로 잘 되지 않더군요.

  결국 강의 전날에 구글 슬라이드 버전으로 강의를 바꾸어 가야 했는데, 아무래도 구글 슬라이드는 공들인 파워포인트의 효과를 모두 포기해야만 하기에 열심히 준비했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기도 했습니다.

  오전 내내 파워포인트 버전을 마지막으로 시도해 보다가 실패하고는 구글 슬라이드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구글 미팅 버전 파일을 사용하기 시작하니 모든 기술적 문제가 사라지고 파일의 여러 동영상 및 링크 반응 속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더군요.

  그날의 교훈은?

  MS나 구글 등 나름의 IT OS 생태계를 가진 기업 강의 갈 때는 그 기업 프로그램을 사용합시다.ㅋㅋㅋㅋ

 

  또 한 가지 이슈는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이었기 때문에 미리 음향 및 화면 송출 등의 문제를 체크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새삼 신기방기한 원격 협업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기업이나 큰 단체의 강의를 하는 경우 대형 강당 세팅에서 영상과 음향을 점검해 주기 위해 시설팀 담당 직원들이 오셔서 작업을 해 주시는데요. 여기서 갑자기 저와 강단 위 태블릿으로 마이크 체크를 하시던 담당자가 갑자기 조금 먼 천정에 달린 초대형 스크린을 향해 Evan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자 곧바로 화면에 Evan이라는 테크니션 직원이 나타났고 블라블라 사운드를 조정하라며 서로 이 어댑터가 아닌 저 어댑터를 사용해라 어쩌라 하면서 원격으로 사운드 체크를 끝내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스카이프부터 시작해서 줌에 이르기까지 원격 강의나 원격 업무를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상황과 느낌이 매우 다른 문제였습니다. 마치 우리가 어릴 때 보던 다양한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면 무언가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움에 빠진 주인공이 연구소의 박사님에게 조언을 구해 위기에서 탈출하던 그 모습이 현실에서 제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진 것이죠.

  테크니션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심지어 장소나 직원에 따라 각각 다른 컴퓨터를 사용해도 모드가 네트워크화되어 있으니 테크니션은 자신의 업무 공간에서 그 문제가 된 컴퓨터와 우리를 직접 동시에 보면서 지시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이죠.

IT 기업은 역시 다르구나 하며 감탄했더랍니다.

 

 

  이렇게 모든 강의 전 세팅을 마치니 점심시간이 되었고, 저는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 난 구글 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와우! 이날의 메뉴는 말레이시아 음식인 나시고랭과 베트남 볶음 쌀국수였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만큼 메뉴도 매우 멀티 컬처럴하게 구성되어 나오더군요.

  그 외에 디저트 과일류와 케이크, 커피와 아메리칸 스타일 쿠키, 요거트와 시리얼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 안 보여서 확실하지는 않음.)

  아! 이런 회사라면 회사 가기 싫다가도 회사 밥이 먹고 싶어서라도 회사 갈 것 같다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인사팀장님과 담당 직원께서도 그렇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직원들은 가족이나 지인을 초대하여 같이 식사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먹는 게 너무너무 너무 너무나도 중요한 저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훌륭한 직원복지라고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강의실이 제법 컸음에도 꽉 차고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분이 오프라인 강의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한국어 강의였지만 한국인 직원들만 계신 것은 아니었고 외국인 직원들도 제법 계셨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약 250에서 300여 명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점 하나는, 제 강의 서두에 인사팀장님께서 이번 세션의 의미를 말씀하고 저를 소개하시면서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변화했던 장애 인식의 3단 변화(^^)를 영어로 말씀하셨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만큼 회사가 장애나 인종, 성별 등의 다양성 포용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강의는 제 평소 기업강의에서 구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장애 관련 기술과 장애인 고용 관련 이슈들을 다루고, 팀장님께서 체험형 장애공감 모듈인 Mission Possible들을 보시고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셔서 도들 새김 된 문장 카드를 읽어 보는 세션 등을 포함하여 진행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제가 10년 넘게 도들 새김 된 카드를 사용한 미션을 진행했는데, 처음으로 완벽하게 문장을 읽으신 분이 구글코리아 직원 중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제가 미션에 성공하신 직원에게 어떻게 해서 이걸 읽으실 수 있었느냐고 물으니, 처음 제가 샘플카드를 보여줄 때 각 글자에 해당하는 상하좌우 좌표를 대충 어림잡아 두고 시작하니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역시나 공간지각력이 뛰어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공계 전공자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미션에 성공한 분들께는 투명 디자인 아크릴 책갈피에 점자로 여러 좋은 문구를 찍어서 드렸는데요.

  당연히 내용을 가르쳐 드리지는 않았고, 구글링해서 Korean Braille Index, 한국 점자 일람표 등의 키워드로 찾아서 해독해 보시라는 재미를 드렸습니다.

  여기서 살짝 밝히자면, 한국어 구문 책갈피에는 작년 수능 때 필적 감정을 위해 나왔던 문구인 ‘가장 넓은 길은 내 마음속에 나’, ‘달라도 괜찮아!’등등의 문구를 넣었습니다.

  혹시 받으신 직원분들이 해석해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한 시간 반이나 되는 강의를 마치고도 여러 직원분께서 다양한 질문을 해 주시며 열정을 보여주신 덕분에 하루 종일 이것저것 신경 쓰며 긴장되고 힘들었지만, 보람된 강의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기업강의를 진행한 중에 구글코리아가 가장 유명하고 규모도 큰 기업강의여서 긴장도 많이 하고 준비도 여간 철저히 했던 게 아니었는데, 일단 한국어 강의가 무사히 끝나니 긴장도 풀리고 다음 영어 강의 걱정이 덜 되었답니다.

  다음에는 영어 강의 후기를 써야 할 텐데... 게으른 데다가 SNS 등에 포스팅하는 걸 어려워하는 제가 얼마나 많이 미룰까, 걱정됩니다.

  

  긴 강의 후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영어 강의 후기를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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