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5
이 학교는 두 번 정도 교원연수를 진행했던 학교였는데, 이번에는 전교생 대상 강의를 맡겨 주셨다.
전교생 대상 강의를 진행할 때 보통은 샘플로 한두 반 정도 나와 직접 강의를 듣고 나머지는 방송으로 송출되는 내용을 각 학급에서 시청하게 되는 방식이 많다.그런데 여기는 아주 오랜만에 전교생 대상 강당 강의다.
이게 가능하냐고, 그것도 재미도 없다고 여겨지는 장애공감 교육인데라고 묻는다면?
내 경험상 아래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아이들 성향이 순한 학교.
둘째,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재미있으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강의.
사실 강의 의뢰 주시는 선생님이 자신의 학교 학생들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의뢰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성향이 순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증도 된다. 그러니 나는 둘째 요건만 잘 충족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강의를 카리스마를 뿜으며 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관심을 확 끌어당기는 인트로로 시작해서 학교생활 밀착형 예시를 유머 있게 적극 활용하고, 강의 절반 정도를 함께 보며 느낄 수 있는 미션 체험으로 채워 진행했다.
또한, 아이들이 진행되는 강의를 보다가 서로 업이 되어 대화를 하게 되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약속된 리액션을 정해 두는 것도 수백 명이 듣는 강의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강의하는 동안 내 느낌은 아이들이 정말 평소와는 다른 방식의 무척 재미있는 장애이해교육이라고 느끼며 몰입하는 것 같았다.
역시나 강의 후 특교 선생님도 아이들이 이렇게 초집중하며 조용히 또 재미있어하며 강의를 듣는 것이 인상적이셨다고 말씀해 주셨다.
강의하는 내 ㄱ기준 오른쪽 3시 방향에 한 친구는 정말 리액션이 대단하고 매번 내 질문에 답을 너무 열심히 해 주었기에 보통 생일이나 시각장애인의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체험 학생을 그 학생으로 정했는데 아무도 이의가 없었다.^^
사실 이 학교를 가려면 기차 타고 전철 타고 산 넘고 오산까지 가야 해서 늘 오가는 것이 힘들었는데, 갔다 오면서 늘 강사로서 만족감을 느끼며 돌아온 학교였다. 역시 두 번 가 보고 대중교통은 너무 힘들어서 복지콜까지 대절해서 멀리 다녀온 보람이 있었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도 아이들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