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투표 보조도구의 심각한 문제에 관한 제보.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선거 당일에 일이 있어, 오늘(2018년 6월 9일 토요일 오후 4시경) 사전투표를 하러 거주지 동 주민센터에 갔습니다. 투표를 하려고 투표용지를 지급 받고, 시각장애인 투표 보조 도구까지 받아 든 저는, 너무나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보통, 시각장애인들은 투표용지의 문자정보와 기입란을 눈으로 볼 수 없어, 투표용지만으로는 직접 도장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폴더형 점자 투표 보조 도구에 투표 용지를 끼워 놓고, 보조도구에 점자로 적힌 후보자 정보를 읽고, 촉지로 기입란의 구획을 확인하여 가며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투표 보조 도구에는 오로지 ‘서울시 교육감, 서울시장 등, 어떤 직책을 뽑는 투표 보조도구인지만 점자로 표기되어 있을 뿐, 나머지는 정당명도, 후보자들의 이름도 전혀 기입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1, 2, 3, 4, … 이렇게 번호만 기입되어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후보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투표 보조도구는, 교육감 후보자들의 이름 뿐이었습니다.
제가 문제를 제기하자, 해당 담당자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심지어, 여기서 이렇게 시끄럽게 계속 이야기 하지 말라는 모멸적인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전 결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문제가 되는 상황을 조목조목 이성적으로 이야기 한 것 뿐인데도 말이죠.
저는 하는 수 없이 비밀선거의 권리를 포기하고는, 투표 보조인 두 명이 배석한 가운데, 직원이 읽어주는 후보자들의 이름들을 들으면서 무려 7 장의 투표 용지에 각각 공개 투표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점자 투표보조도구가 6.13 지방선거 당일에도 사용된다는 답변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는 것입니다. 너무 화가 나고 황당해서, 시각장애를 가진 지인들이 사전투표시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살펴보았더니… 이건, 정말이지 점입가경이었습니다.
나는 전주 사람인데, 경기도지사 후보가 적혀 있는 투표보조용구로 투표를 했다,
그래도 거긴 투표 보조용구라도 있었지, 여기는 거주하는 곳에서 했는데도 투표보조도구가 사전선거 첫날임에도 다 도착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필 투표 했다,
거기는 교육감이라도 이름이 나왔지, 여기는 그 어떤 후보자의이름도 없이 모조리 다 번호만 적혀 있어 황당했다. 시각장애인이 무슨 천재도 아니고, 보궐선거까지 있는 지역은 8장에 이르는 투표용지에 적힌 후보자들을 보고 투표해야 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 …
…
저는 평소에 그렇게 정치에 관심이 높거나 열성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를, 나와 우리 지역의 발전과 안녕을 위해 애써 줄 성실하고 정직한 후보자에게, 내 아이의 학교생활을 좀 더 나아지게 해줄 수 있는 교육감에게 행사하고 싶은 평범한 소시민일 뿐입니다.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바라는 건 아주 어려운 일도, 거창한 대안도 아닙니다.
그저, 투표하는 날에 정당 번호와 정당명, 후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적혀 있는 점자 투표 보조도구로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해서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기본권을 요구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걸까요?
여기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을 만큼…
과연, 일반 투표 용지가 이렇게 제공된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시민들은 물론, 한 표가 아쉬운 정당들도, 이건 공정한 선거가 아니라며 모두 들고 일어나 난리가 나겠죠?
너희 시각장애인들은 사람은 아무도 보지 말고, 그저 정당만 보고 뽑으라는 뜻일까요?
그런데, 저희는, 단지 소수라는 이유,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 투표할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걸 그저 받아 들여야 하는 건가요?
우리 시각장애인들도 정당 번호, 정당명, 후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적혀 있는 점자 투표 보조도구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이 부조리하고 옳지 않은 상황에 대해 꼭 관심을 갖고 돌아봐 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 드립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