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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슬 May 24. 2019

한 집단을 바르게 지칭하는
언어사용, 권익옹호의 시작

장애부모 VS 장애인부모


아래 퀴즈를 풀어 보자

1. 장애부모는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일까?

2. 장애인 부모는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일까? 


<정답>

1. 장애부모란, 장애를 가진 성인이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들을 의미함.

2. 장애인 부모란,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을 의미함.


답이 틀린 경우, 영어로 두 어휘를 표현해 보면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장애부모: Parents with disabilities

장애인 부모: Parents raising kids with disabilities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장애부모’라는 말을 들으면, 십중팔구 발달장애 자녀들을 위해 삭발을 하고,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무릎을 꿇는,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을 먼저 떠올린다.


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장애부모’라는 말을 듣고, ‘장애를 가지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아닌,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먼저 떠올릴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장애를 가진 부모들 보다는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수적 우위는 한 집단의 사회적 아이덴티티 형성, 발언권, 조직화된 정치적 압력행사 등에 훨씬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장애’와 ‘부모’라는 단어가 조합된 어휘를 들었을 때, 필자와 같은 ‘장애부모’보다는 매스컴과 정치적 행사 등에 많이 등장하는 ‘장애인 부모’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둘째, 장애인부모단체는 물론, 이들의 이슈를 다루는 장애 전문 기자 및 언론들조차도 ‘장애부모’와 ‘장애인 부모’를 모두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나타내는 말로 오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장애부모,’와 ‘장애인 부모’라는 말 모두가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로 수렴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주요 포털사이트들에서 기사 검색만 해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이러한 잘못된 언어 사용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 시대, 사이버와 SNS 공간에서의 입지를 통해 한 집단의 사회적 아이덴티티와 권리, 영역과 가치 등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장애부모’와 ‘장애인 부모’라는 어휘가 전부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수렴되고 있으니, 필자와 같이 장애 부모의 육아 문제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장애 부모의 권익 옹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 세상에 우리의 자리는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를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우리에게 귀속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복지정책, 육아정책, 교육정책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독자들께 두 어휘의 올바른 사용을 정중히 부탁 드린다. 한 집단을 정의하는 정확한 명칭은 그 집단의 존재와 가치, 권익을 지켜내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기사 예시>-----------------------------------------------------------------------------------------------------------


위의 기사에서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로 장애인부모가 알맞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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