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보다 30대가 더 힘들다.

by 에델바이스

"난 20대 보다 30대가 더 좋아"



라는 친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나도 20대를 빡세게 보냈는데

왜 30대가 더 힘들까?

30살에는 크게 번아웃이 와서 휴직을 했고

31살에 원하는 회사로 이직했지만

4개월 만에 퇴사하고

32살에 말레이시아로 도피 갔지만

5개월 만에 퇴사했다


그리고 25년 33살,

‘쉬었음 청년 73만 명’ 중 한 명이 되었다.


20대 때는 미친 듯이 경험하고 싶었다.


스무 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수능에서 최악의 등급을 받은 나는

원하는 대학은 들어가지 못했지만

‘경험’에 초점을 두었다.


“무조건 많은 경험을 할 거야”


입학하자마자 국제교류동아리에 들었고

교내 기자단, 스페인 교환 학생, 네팔 봉사활동,

인천 아시안게임 서포터즈 등등

이탈리아 작은 해안도시에 가서

유일한 동양인으로 마을 축제 봉사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전공(화학공학)에

더 이상 흥미가 없어졌고

졸업 후 진로를 아예 바꿨다.


그때 나이 26살이었다.


광고에 빠져서 며칠을 밤새도 버틸만했고

광고대행사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2번의 인턴을 거쳐 신입, 대리까지 달고

인하우스 브랜드 마케터로 이직했다.

20대를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인지

30살이 되자마자 그동안 미뤄왔던 생각, 고민,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덮치는 바람에

나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20대의 나에게는 오로지 ‘성취’만 있었다.


그 성취가, 그 경험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돌아볼 새도 없이 성취하는 ‘행위’에 몰두하여

경주마처럼 달렸다.


문득,

퇴근하고 월, 수, 금 영어 스터디 가고,

화, 목 PT 받고, 자기 전까지 자기 계발 유튜브를

보는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인정하는 나는 ‘성취’하는 나밖에 없었다.

일하는 나. 자기 계발하는 나.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긴장감이 높았다.

나는 일을 잘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실수 없이, 시킨 일을 척척 해내야 하는 사람이니까.

스스로를 옥죄었다.


나는 시간을 주면 본질을 파악하고,

전략과 아이디어를 잘 짤 수 있는 생각형 인간인데

내가 일했던 산업은 본질보다는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움직여야 하는 행동형 산업이었다.


가슴속 한편에는 늘 ‘재미있게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일과 재미가 동시에 공존할 수 없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의 레퍼런스를

발견할 때마다 괴리감은 심해졌다.


전공을 버리고 선택한 이 직업이

때때로 재미있었지만 80%가 힘든 기억이다.


직업이 나랑 안 맞을 수도 있고

회사가 나랑 안 맞을 수도 있고

내가 스스로 힘들게 만들 수도 있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두 번이나 도망치듯이 퇴사한 나는


불경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일하고 싶은 회사가 없었다.


그래서 멈추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