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5개월 만에 다시 백수가 되어 고향인 울산으로 왔다.
집이 외곽 쪽에 있어서 시내랑 1시간 정도 떨어져 있고 울산에는 친구도 없었다.
서울에 살 때는 1주일에 4-5일은 약속이 있었는데 울산에서는 만날 사람이 없었다.
당장에 뭘 할지 몰라서 2주 동안은 넷플릭스만 봤다.
누워서 티비만 보고 있는 내 모습이 폐인인 것만 같아서 도서관에 가기 시작했다.
매일 점심 먹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책 읽다가 필사도 하고 생각도 하고 글도 썼다.
자연스럽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금까지 살면서 늘 내 안에는 답답한 채 풀리지 않는 것이 있었다.
회사를 다녀도 퇴사를 해도 늘 마음속에 뭔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핑계로 계속 모른 척해왔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도망치고 도망치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오롯이 그것을 마주 보기로 했다.
매일 혼자 걸으면서 유튜브 들으면서 책 읽으면서 들여다보려고 했다.
혼자 보내는 지루하고 지난한 시간을 기꺼이 마주했다.
누군가는 절대 계획 없이
퇴사하지 말라고 했지만
다들 본인의 커리어를 성장시키고
열심히 돈 버는 시기에
나는 자발적인 고독을 선택했다.
그래서 답답한 게 풀렸을까?
아니..
그전에 내 욕망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