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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Aug 22. 2021

남는 건'뱃살'뿐인 회사 술자리

 피를 섞은 사이가 아닌 술을 섞어 마신 사이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업무로 부딪히자 서로 손해보지 않으려고 으르렁거렸고요. 업무 협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온갖 짜증을 퍼부었습니다. 각별하게 생각했던 동료도 퇴사 후엔 연락조차 하지 않았어요.

 저는 더 이상 회사 사람과 술자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시간에 운동을 했습니다.


 직장 스트레스 어떻게 푸세요? 저는 ‘술’보다 ‘물’로 풉니다. 올해로 8년 차네요. 퇴근 후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술’로 풀었죠. 직장 선배, 동료와 술자리를 하며 스트레스를 알코올로 씻어 냈습니다. 상사 험담과 회사 욕을 안주 삼아 필름이 나갈 때까지 소주를 때려 부었어요. 술도 술이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회사 사람들과 친해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리님, 선배님이라 부르던 사람들이 술자리 몇 번 같이 하자 ‘형, 누나, 동생’ 사이로 발전했거든요. 다음날 극심한 숙취로 속이 뒤집어졌지만, 저와 똑같이 쓰린 속을 부여잡고 출근한 ‘회사 사람’ 아니, ‘형, 누나, 동생’이 있어 좋았습니다.

 피를 섞은 사이가 아닌 술을 섞어 마신 사이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업무로 부딪히자 서로 손해보지 않으려고 으르렁거렸고요. 업무 협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온갖 짜증을 퍼부었습니다. 각별하게 생각했던 동료도 퇴사 후엔 연락조차 하지 않았어요. ‘술맹세는 개맹세’라는 말처럼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 있네요. 술 때문에 생긴 두터운 '뱃살'만이 남았습니다.


 술자리에 덧없음을 경험한 뒤로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선배, 동료들의 부름이 있었죠. 그들의 유혹을 이겨내고 꼬박꼬박 수영장으로 향했습니다. 일이 고되고 피곤한 날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샤워만 하고 나오자’라는 정신으로 지친 육체를 이끌었습니다. 막상 수영장에 도착하면 온 게 아까워서 운동을 했거든요.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은 저는 더 이상 회사 사람과 술자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시간에 운동을 했습니다.


 처음엔 힘들더니 이내 재미가 붙었습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제 모습이 느껴졌거든요. “잘한다”는 칭찬을 들을 때면 가슴 안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매일 깨지기만 했는데, 칭찬을 들으니 너무 행복했거든요. 상사에게 짓밟혔던 자존감이 회복되었습니다. 수영장 사람들은 회사 사람들과 다르게 빨리 친해졌습니다. 회사는 돈 벌려고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이지만, 수영장 사람들은 달랐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친해지는데 불편함이 없었어요. 운동 끝나고 같이 맥주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죠. 회사와 달리 가면을 쓰고 행동하지 않았고요. ‘친구’라는 표현을 쓸 만큼 끈끈해졌습니다.

 ‘취미’가 생긴 저의 삶은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 수 있었고요. 취미이자 특기도 생겼습니다. 그간 쌓였던 두툼한 뱃살도 줄어들었어요. 몸과 정신엔 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실감했죠. 상처 받은 자존감도 튼튼해졌답니다. 회사 사람과 술 마셨던 시간을 좀 더 생산적이고 활동적으로 보냈습니다.


 회사 사람과의 관계는 길어야 3년이 채 안됩니다. 더 짧은 경우도 많고요. 물론 사람과 친해지면 좋죠. 하지만 회사에서 만난 사이는 회사 안에서 끝내는 게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업무가 힘든 건 참아도 사람이 힘든 건 버티기 힘들잖아요. 회사에서 인간관계는 ‘난로’라고 합니다. 너무 가까우면 뜨거우니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고 해요. 저는 이 말에 매우 공감합니다. 

 친해진다고 한들 업무로 부딪히면 서로 잡아먹으려 드는 게 회사 생활입니다. 굳이 퇴근 후 만나서 술자리를 해야 할까요? 그 시간에 운동으로 건강 챙기는 것이 내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줍니다. 운동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거든요. 직장동료는 이직, 퇴사로 떠나지만 건강한 내 몸은 나와 끝까지 함께합니다. 남는 건 '뱃살' 뿐인 회사 술자리를 벗어나세요. 퇴근 후 나를 위한 건강한 시간을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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