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필름이 끊기다

by 정소장

눈을 뜨자마자 소름 돋았다. 길바닥은 아닐까 했지만 다행히 내 방 침대에 누워있다. 입었던 옷은 의자 위에 널려있고 가방 속에 들어있던 물건들은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다. 어떻게 들어왔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요즘 술자리가 많다. 안타까운 건 즐거웠던 순간을 필름이 끊기는 바람에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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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데 의학용어로는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알코올은 혈관을 따라 흡수된다. 뇌는 가장 많은 혈류가 모이는 곳인데, 이때 알코올이 뇌를 타격하며 ‘블랙아웃’을 일으킨다. 뇌가 손상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심하면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니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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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순간은 좋았지만 뒷날 신체나 정신 부분에서 예전 같지 않다. 술을 잘 마신다는 건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마신다는 뜻인 것 같다. 연초가 다가오면 또 술자리에 참석해야 한다. 그땐 ‘블랙아웃’에 이르게 했던 술버릇을 ‘블랙아웃’하여 즐거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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