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예언하겠다. 3월쯤 ‘대학생 군기’ 관련해서 기사가 날 것이다. 데이터가 증명한 일이다. 사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한 해도 빠짐없이 문젯거리로 떠올랐고, 오랜 기간 사라지지 않는 악습으로 남아있다. 08학번인 나도 당했고, 당시 우리 학번을 굴리러 온 ‘98학번’까지도 당했다고 한다.
군기라면 빠지지 않는 ‘연극과’에 잠깐 몸 담은 적 있다. ‘전통과 문화’로 포장되어 내려오는 ‘신구 대면식’이 있었다. 입학식도 안 한 예비 신입생을 새벽 5시까지 집합시킨다. 조그마한 연습실에 ‘각’ 잡고 앉아있으면 4학번 위 남자 선배들이 조교 모자와 군복, 군화까지 착용하고 뛰어 들어온다. 연극과 아니랄까 봐 의상, 소품까지 완벽하게 구비한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그때부터 학교 건물을 발맞춰 돌아다니며 기합을 받는다.
한 여학우는 생리가 터져 여자 선배들의 보호를 받아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래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 대열에서 벗어나는 자, 이 학과에 속할 수 없다’라며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주입한다. 이후 자행하는 모든 ‘패악’에 저 구호를 입에 올린다.
몇몇 선배는 악습을 자신의 대에서 끊어야 한다며 중단을 시도했다. 소용없었다. 역사와 전통을 끊으려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모든 것이 ‘예술’이며, 그 예술은 모든 것을 우선한다는 망상에 빠져있었다.
교수님도 손댈 수 없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도망치듯 군대에 갔고 전역하자마자 전과를 했다. 대열에서 벗어나 탈주했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10년째 빠지지 않고 ‘3월을 장식하는 악습’을 보면 안타깝고 창피하다.
대답 소리가 작다며 내 옆구리를 발로 찬 선배가 있다. 악습을 앞장서며 분위기를 주도했던 그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밥 값은 벌고 있을까? 밥은 넘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