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업무 4년 차다. 감히 기획자라고 하기도 창피하다. ‘기획 보조’라고 하는 편이 더 났겠다. 기획의 ‘기’자도 모르는 때라 ‘기’ 자를 공부해봤다.
한자를 풀어보니 ‘企’ = ‘人 사람 인 + 止 그칠 지’로 구성된 글자다. 만들거나 짜내는 뜻보다는 사람이 멈추거나 중단하는 뜻이다. 무슨 이유일까?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첫 번째, 남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멈춘다. 전통적인 기획의 뜻이다. 기발하고 획기적인 생각을 짜내기 위해 ‘하던 일’을 멈추는 자, 대표적으로 기획팀 직원들이 해당한다. 업무를 하다가 멈추고 회의에 참석한다. 때론 회의하던 것을 멈추고, 다른 회의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나중엔 무슨 회의를 했는지 헷갈릴 때도 있다.
두 번째, 해오던 일을 멈춘다. 상품과 서비스가 시장성이 없거나, 운영 시스템의 효율이 떨어진다면 과감하게 중단하는 것도 기획이다. 이후 감당할 일이 겁나서 흐지부지 끄는 건 더 큰 위험만 자초할 뿐이다. 확실한 결단을 내려 ‘멈추게 하는 자’의 모습을 갖춘 책임자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마지막은 하려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일을 벌인다. 성과주의에 빠져 시달리면 안 하는 것만 못한 일이 터진다. 기획을 이끈 책임자가 책임을 지면 되는데, 대게 그런 인간은 주변 탓으로 돌린다. 수습은 다른 사람의 몫이다. 하지 않는 용기를 지닌 ‘머무르는 자’도 좋은 기획자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 하려는 상사도 좋은 이유가 있다.
기획은 어렵다. 해야 할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다. 글을 쓰다 보니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는 걸 느꼈다. 밥벌이는 참 서글픈 일이다.